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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살기에 이런 책을 내 놓는 것일까. 실제 모습도 소설 속 주인공과 흡사할까. 만약 그렇다면 이 사람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카페에서 차 한 잔 나누면서 그의 수다를 듣고 싶다.”
오쿠다 히데오는 독자에게 이런 상상을 품게 만드는 작가다. 폭소를 넘어 자지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인더풀>과 <공중그네>, 주변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남쪽으로 튀어> 등. 그의 소설은 비상식적이고 유쾌하다. 일부에서는 이런 특징이 현대인에게 묘한 치유력으로 작용한다고 까지 말한다.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로 팔리기도 많이 팔렸다.
이렇게 이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 국내에는 소개된 그의 소설은 모두 6편이다. 특이한 것은 6편의 7권(<남쪽으로 튀어>는 상하 두 권)의 작가 소개에 사진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금세 찾을 수 있어 사진은 차지하더라고 유명세에 비해 일려진 바가 적다. 물론 작가의 실제 모습이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난 궁금한 건 못 참아.’
속으로 생각했던 독자라면 최근 출간된 <오! 수다>(지니북스. 2007)는 반가운 소식.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받은 2004년 동안 배로 여행한 6군데의 항구도시를 담았다. 개인적인 기록이니만큼 오쿠다 히데오의 평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여행에세이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이 책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 가히 오쿠다 히데오식 기행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어 독특하다.
사실 말이 여행기이지 읽고 보면 되레 ‘맛 집 탐방’에 가깝다. 대부분 먹는 얘기로, 여행 중 맛 본 음식들이 꼼꼼히 기록되어있다. 그것도 미식가의 혀가 아닌 대식가의 혀의 기록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
가자미튀김을 볼이 미어터져라 먹었다. 조개무침도 맛있다.
“주인장, 이것은 무슨 조개인가요?”
“저, 그건 문어입니다만......”
아차, 들켜버렸다. 나는 미각치인 것이다.
웃음의 포인트는 여기 있다. 대도시 도쿄에 사는 명망 있는 작가의 이미지를 의식해 짐짓 근엄하게 건넨 말에 민망해지는 순간, 폭소가 터진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법해 읽는 사람도 불콰해지는 웃음이다.
이 작가의 익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끼니마다 많이 먹게 되는 핑계를 여행에 동반한 출판사 직원들에게 돌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라부’(<공중그네>와 <인더풀>의 주인공)이다. 애초 이 여행은 잡지 <여행>의 원고 청탁에 응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출판사 직원들도 동반한다. 젊은 사진작가와 출판사 직원이 그들. 육식과 과식,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어쩔 수없이 먹는 다는 자기 합리화가 곳곳에 등장한다. 실은 자기도 먹고 싶었던 것이면서.
오쿠다 히데오는 이렇게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여행에 담고 책을 엮었다. 앞서 미각치, 대식가의 모습과 더불어 스낵바의 호스티스와 격이 없이 친해지는 모습, 보는 사람이 없다고 선상에서 춤을 추는 모습, 1등실이 아닌 2등실을 배정받지 속으로 꿍하는 모습 등, 이 모든 게 인간 오쿠다 히데오이다.
인간 오쿠다 히데오는 작품 속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그보다 훨씬 평범한 생각을 하고 실제로도 평범한 사람이다. 때문에 식탐에세이 <오! 수다>는 작가와 독자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마치 그의 긴 수다를 듣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처럼 말이다.
한편, 일본의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일본의 전도를 펼칠 것. 오쿠다 히데오가 찾아가는 6군데의 항구 도시의 위치와 경로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4번째 방문지는 우리나라의 부산으로 그가 기록한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되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