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비건이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음식이니, 엄격한 채식이라고 알고 있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본문 중에서)

 

 

위 글을 읽고 머릿 속에서 막연하게 그려왔던 비건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구체화되었다.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성 식품에 관한 진실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로 접했던 것들이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정리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저자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다. 한국에서 비건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소 융통성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면서도 사회생활 중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 오랜 기간 비건을 실천하면서 느꼈던 고충들이 생생했다. 하긴 예전 직장생활을 떠올려 보면 회식으로 고깃집을 가지 않을 경우 뒤에서 투덜투덜대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저녁회식=고기'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_한 비건 활동가이자 연구가는 주장한다. 완벽한 비건을 몇 명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들을 더 '비건적'으로 만드는 것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고. 동물을 살리는 데도,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공중 건강을 위해서도 말이다.(본문 중에서)

 

 

저자 분이 왜 <아무튼, 비건>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셨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완벽한 비건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비건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저녁회식≠고기'가 자연스러운 사회가 된다면 불필요한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내용은 동물을 억압하는 행태를 인간사회 안에서의 차별과 닮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동물들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눈을 들여다 보는 행동은 이 책의 부제 "당신도 연결되었나요?"와 이어진다.

 

 

_성차별, 인종차별, 종차별 모두 피지배 대상은 달라도, 억압을 작동시키는 원리가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 그래서 최초의 인종차별 철폐주의자 중 많은 이들이 동물보호주의자였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본문 중에서)

 

_이미 고전이 된 책 『육식의 성정치』에서 저자 캐럴 아담스는 채식주의와 사회운동의 연관성을 깨닫지 못하는 페미니스트들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며, 여성과 동물에게 가하는 학대 그리고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유사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녀에게 "페미니즘이 이론이라면 채식주의는 실천"이다.(본문 중에서)

 

 

다만, 이 책에 나온 건강에 대한 부분은 백 퍼센트 믿는 것은 어렵다. 사람의 체질은 모두 다를 뿐더러 단백질과 비타민 섭취량,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신경쓰면서 (상대적으로)손이 많이 가는 식단을 챙길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라면 고기 섭취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런 의문점들을 더 공부해봐야겠다.

 

저자처럼 비건을 엄격하게 실천할 의지는 없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소고기는 아예 안 먹을 수 있고 돼지고기도 줄일 수는 있지만 두 발 달린 동물, 해산물, 유제품은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다. 대신 일주일에 고기를 평소보다 한두 번이라도 덜 먹자는 생각을 해본다. 이 생각은 별 효용이 없을 것임을 안다.그렇지만 무엇이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더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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