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의 귀향(아르투어 슈니츨러)
★스포일러 O



이 노벨레는 쉰세 살의 카사노바가 고향 베네치아로의 귀환을 눈앞에 두고 만토바 근교의 영지에서 보내는 2박 3일, 베네치아로 가는 이틀 밤낮의 여정, 베네치아에서 맞이하는 첫날을 그리고 있다.(해설 중에서)

이 단편은 지금까지도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카사노바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차용하였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의 화려한 삶의 전성기가 아닌 나이 들고 빛바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아주 늙은 것은 아니다. 중년의 마지막일까....)

카사노바는 자신이 늙었다는 것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늙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주치는 여성들이 카사노바의 남성성을 얼마나 알아봐 주는 가를 일일이 신경 쓰며 자신의 남성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그는 초라하다. 그런 그의 눈 앞에 지혜롭고 젊은 ‘마르콜리나‘가 나타난다.

마르콜리나는 카사노바에게 관심이 없다. 이는 소설 안의 다른 사람들도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이지만(어떤 어린 아가씨가 아빠뻘의 사내를 좋아하겠는가..) 카사노바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곧 카사노바의 젊은 시절에 비견될 젊고 멋진 ‘로렌치‘가 등장한다.
카사노바는 자신과 로렌치를 영혼의 닮은 꼴이라 여긴다. 왜 영혼의 닮은 꼴인가? 영혼은 늙지 않는다. 더이상 빛나지 않는 자신과 한창 때의 빛나는 로렌치는 매우 다르지만, 영혼의 차원으로 보자면 로렌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에 로렌치에게 열등감 대신 동질감을 느낀다.

마르콜리나를 얻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던 2박 3일은 카사노바의 안에서 꺼져가던 마지막 열정을 발휘하는 기회였다. 마르콜리나와 로렌치를 뒤로하고 허겁지겁 쫒기듯 귀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처량하다. 소설 말미의 그의 모습은 언제부터 예견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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