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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메인주의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의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연관된 열세 편의 단편에 담은 소설(486쪽-옮긴이의 말 중)
연작 소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차례 순으로 꼽아본다면 '약국', '굶주림', '여행 바구니' 이다.
*'약국'은 이 책의 처음을 여는 소설이자 남편 '헨리 키터리지'의 시선에서 우리의 주인공 '올리브'를 슬쩍 엿볼 수 있는 글이다. 시간 순서 상 가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후의 소설에서도 계속 언급될 수 밖에 없는 남편과의 사이를 잘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약국'의 글에서 주로 조명되는 것은 '데니즈'라는 약국의 여직원이다. 데니즈의 수동적인 성격은 올리브와 대비된다. 짧은 단편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미련과 죄책감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을 마냥 행복하게 볼 수 없다.
* '굶주림'은 하먼과 데이지, 니나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먼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또한 하먼을 사랑하지만 둘의 온도는 서로 다르다. 하먼은 니나와의 짧은 인연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다. 솔직히 말해 하먼이 사랑이 열정을 쫓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아내가 스스로 그 사실을 알게될 몇 달을 그냥 기다리겠다는 게 싫었다. 아내의 입장에서 그것은 기만이 아닌가?
*'여행 바구니' 에서도 바람을 비우는 나쁜 남자가 등장한다. 아니 소설의 시점에서는 이미 죽었으니 등장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부부들은 왜 이렇게 한 눈을 많이 파는 지 모르겠다.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뒤늦게 불륜을 알게된 아내는 올리브에게 '여행 바구니'를 버려줄 것을 부탁한다. 남편과 함께 여행 책자를 보며 남편이 다 나으면 갈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여행 바구니'는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창피하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된다. '여행 바구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올리브가 자신의 '여행 바구니'를 떠올리는 장면이 인상 깊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슬픔은, 이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지난 날의 행복한 상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설의 마지막에서 돌멩이를 바다에 던지는 젊음을 부러워하는 올리브의 모습이 쓸쓸했다.
*왓차에서 올리브 키터리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총 4편인데 1편 '약국'은 소설 속 흐름 그대로이며 2편 '밀물'은 '밀물'과 '작은 기쁨'을 섞은 내용이다. 소설과 다른 부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