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전해 내려오던 하드 sf의 결정판!‘ 책 뒷편의 홍보 문구이다. 하드sf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에 대충 뜻을 알고 있었으나 인터넷에 다시 검색해 보았더니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sf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임의로 만든 설정들이 아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겁도 났다. 이것도 머리가 아프면 어떻하지?

이러한 걱정은 이 책의 첫머리에서 사라졌다. 1챕터인 ‘겨울 폭풍‘을 묘사한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은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특별한 외계 행성의 상선 선장인 발리넌이다. 그들의 지식 수준은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와 비슷했기에 지구인 찰스와 외계인 발리넌의 대화에서 전갈처럼 생긴 발리넌에 이입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제는 백지 상태가 된 갖가지 물리학과 화학 법칙들을 억지로 떠올리니 책을 읽는 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새로운 행성들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고 신선한 점이 컸고, 문장들이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혔다. 또 끊임없이 적당한 긴장감으로 벌어지는 사건들도 흥미진진하였다. 가끔 sf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최근에 보았던 영화들 중에는 ‘에드 아스트라‘) 대신 과학 지식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열망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런 점에서 결말까지 완벽했다.

책 말미의 저자 후기를 보면 저자가 어떤 행성을 모티브로 새 행성을 창조하였는지, 왜 그러한 자연환경이 나오는지를 여러 가지 과학적 용어를 이용하여 묘사하였는데 자신이 만든 세계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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