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랑한 생존기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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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마케팅은, 양날의 칼이었다. 나처럼 [순례 주택]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독자에게는 당연히 읽게 한 동기였지만, ‘나는 유은실 작가가 부러워 죽겠다.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이니까‘라는 추천사에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선입감과 불쾌감이 들었다. 슬픔은 각자 개별적이다. 슬픔은 더하거나 덜한 상대적 입장이나 상황이 아닌 절대적 감정이니 함부로 띠지나 책 뒤표지에 쓰지 마시길.
너무나 어린이였던 시간이 오래된 독자는, 부끄럽게도 이 분이, ‘ 어린 독자를 웃기고 싶다/ 묵직한 슬픔을 끊고 마음이 떠오르는 순간을 서사 속에서 만나게 하고 싶다.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내가 가진 변치 않은 열망이다. 그 열망의 뿌리는 아버지다. 내 능청의 근원‘(6)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 ˝말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라는 순례 씨의 말을 생각했다. 말을 다듬는 시간은 마음을 다듬는 시간이기도 했다.‘(22).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명랑한 생존자 박완서의 모든 작품을.‘ (196). 이렇듯 자신이 살아온 뿌리인 ‘이야기의 힘‘으로 쓴 책들을 읽은 아동청소년문학 독자들은, 그 이야기의 힘으로 엉망진창인 세상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제3의 유은실 작가님처럼 세상을 따뜻한 희망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 든든하고 고마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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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야겠다
전은옥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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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께서 함께 울고자 시를 썼습니다. 함께 웃고자 시를 썼습니다, 하셨듯이 고맙고 감사히 읽었습니다. ‘나는 요즘도 손편지를 즐겨 씁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만날 때마다 무언가 한 가지씩 선물하고/ 만나지 못할 때는 우체국 택배로/ 선물을 부칩니다‘(148) ‘시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마음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한 편의 시가 우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161). ‘ 차라리 죽는 게 나아/ 툭하면 네가 뱉던 말/ 아홉 살 밖에 안된/ 너의 입에서/ 일의 상황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말하던 너를/ 엄마는 그저 말없이/ 바라 보았다/ 아들아/ 사는 게 훨씬 낫다/ 죽는 게 낫지 않단다/ 죽는 건 너무 아픈거야/ 너무 고통스러운 거야/ 사는 게 훨씬 낫단다/ 엄마는 살고 싶단다 ‘ (95) 우리도 누구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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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좀 하는 고양이 루이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39
의자 지음 / 한솔수북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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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책표지에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가을, 사과, 고양이. 고양이 루이는 텃밭에 다녀오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푹신한 낙엽 위로 뛰어 오르고 향기로운 꽃 더미에 얼굴을 파묻고 호수 물로 무지개도 만들고 놀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텃밭으로 향한다. 빛나는 싱그러운 토마토들와 노랗고 탐스러운 호박들, 싱싱하고 붉은 고구마와 감자와 당근과 무들, 버섯과 밤 그리고 빨갛게 잘 익은 맛있는 사과들을 열심히 따서 수레에 가득 담아 ˝갸르릉 갸르릉!˝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와 정리를 하고 ˝ 훗, 든든하군.˝ 어깨를 펴고 맛있는 빵을 구워, 마당에 나가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해피 엔딩. 가을 정취와 가을 수확을 너무나 멋지고 실감나게 그리신 작화와 이야기들로, 비록 수확할 게 별로 없는 가난한 독자에게도 고양이 루이의 행복한 추수로 맘껏 대리만족과 꼬마 나윤이에게도 정말로 신나는 가을 추수와 아름다운 가을 모습을 전해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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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가 살인사건
아시베 다쿠 지음, 구수영 옮김 / 더블샷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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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네부의 [흑뢰성]과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공동 수상한 이 작품은, 옛 오사카의 ‘센바‘라는 독특한 공간에 살던 ‘저택 미스터리‘이자 ‘일가 일족 미스터리‘이다. 메이지에서 다이쇼까지 번성하던 ‘오마리가‘가 쇼와 시대에 미일전쟁으로 몰락하던 차에 벌어진 4건의 기묘한 살인사건이 ‘오사카 대공습‘으로 묻히고, 전후 폐허에 남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놀랍도록 촘촘하고 예측 못할 전개들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증폭시킨, 진정한 탐정소설을 사랑했던 사람들, 탐정소설을 쓰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꿈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전의 트릭을 오마주하고 변주해서 탄생한 이야기로,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탐정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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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 가족 이야기
마이라 칼만 지음, 한정원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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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의 가족이나 당신의 가족에 대한 회한과 편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아득한 사랑을, 내밀하고 통찰적인 이야기들과 예술가들에 대한 담담한 존중과, 너무나도 화사하고 아름다운 정물화들로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역설을, 마이라 칼만의 이야기들로,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의 마지막까지 즐거움과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일흔 여섯 살의 작가가 건네는 황홀한 인사. 덕분에 진부한 하루하루가 , 정말 반어법같은 51점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정물화들로 새롭게 갱신할 수 있는, 희망을 즐겁게 만났던 아름다웠던 책. ‘ 말러는 이런 가사에 음악을 입혔다./ 삶은 어둡고./ 봄이 여기 와 있고./ 새들은 노래한다.‘ (53). ‘ 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책들로 돌아와서. / 그들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방안을/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으로 채울 뿐./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구원이 된다. (93). ‘모든이가 삶을 이어간다./ 모든이가 절망을 재고한다./ 모든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모든 이가 삶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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