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탐정 2 : 천 개의 목숨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의학자였다가 목사가 된 유진산과 목사가 되려다 형사가 된 성요한이 협업을 통해 이번에는, 기록상 존재하지 않는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출신의 불법체류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파헤쳐 나간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뒤에 숨어 사람들의 두려움과 욕망을 이용하는 ‘악‘의 교활함에 빠진 인간과 부화뇌동하는 인간들과 거짓 정보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쓰레기 같은 기자와, 천 개의 목숨을 가진 것처럼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한 사람을 지켰던 군인의 얼굴도 있다. 결국은 악인도 선인도 진실을 가렸던 장막을 벗게 되고, 또다시 삶이라는 바다를 헤엄쳐나가는 이야기. ˝지옥은 자기 발로 가는 겁니다.˝ (160). ˝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바닷속에서 만났던 빛을 기억하세요. 우리 마음에는 이 손전등보다 더 밝은 빛이 있어요. 결코 어둠 속에 머물지 마세요. 빛을 따라가세요.˝ (2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포도 - 신용목의 10월 ㅣ 시의적절 34
신용목 지음 / 난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마다 가을이 오면, 검고 굵은 잘 익은 포도 한 상자가 인편으로 도착한다. 그 시간마다 올해도 또 ‘가을이 왔구나.‘ 실감하고 이번 가을에도 사랑으로 온 탐스러운 포도들을 맛있게 먹었다. 언제까지 이 감사한 포도들을 받을 지 모른다. 사랑의 전령사께서 이미 칠순을 훨씬 넘기셨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침묵은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음악 속의 침묵은 음악의 일부가 된다. 부재가 존재의 일부가 되고 이별이 사랑의 일부가 되며, 이별 때문에 사랑은 전부가 되고 부재 때문에 존재는 세계가 된다.‘ (32).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실은 거대한 포도밭이어서, 푸르게 생겨나 검게 익어가는 마음이어서ㅡ가을이 오고, 빨갛게 타오르는 몸으로 바라본다.‘ (118). 무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남아 있을 상징같은 기억들과 잔향의 현존같은 10월의 시의적절. ‘나는 그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은 인간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진화시켜온 감정이 아니라 그저 우주가 자신을 보기 위해 인간이라는 거울 앞에 선 순간이었다.‘ (1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인 황후 ㅣ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3
션 타오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근으로 혹독한 굶주림을 겪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루안의 벼농사꾼이었던 인 웨이는 황태자 테렌의 정혼녀가 되고, 잔혹한 죽음을 일삼는 테렌이 황제가 되지 못하게 여성에게 금기였던 글을 몰래 배우고 심혼시로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반전의 반전을 거쳐, 칼날보다 과실처럼 지극히 온화하고 꼭 필요한 무언가를 선택하고 쌀의 여인이 되어 누구나 글을 배울 수 있고 진실이자 감정의 시 같은 세상을 여는, 참으로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판타지.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는지 기억하면 길을 잃지 않을 거야.‘ (686) ‘나는 소견을 보탠 뒤 내 이름으로 서명했다. 텐샤어에서는 같은 발음이라도 여러 가지 뜻을 지닐 수 있다. 이제 글을 읽게 된 나는 가장 마음에 드는 글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내 이름을 서명할 때 쓴 글자들은 선조들의 언어로 위대함을 의미했다.‘ (7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흑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서 길을 묻는 사람 고정순 작가가, 신유박해로 유배를 떠난 정약전이 자신을 걱정하는 강진 유배지의 아우 정약용의 편지에 화답하는 한 통의 편지 형식으로 흑산(黑山)에서 자산(玆山)으로 고쳐 부른 자산어보의 바닷속을, 간절한 흑백 연필화로 엮어 ‘자산은 한 줄기 빛이고 기쁨이고 흥이고 희망이었‘음을 애틋하게 그리고 썼다. ‘너와 내가 비록 유배지에 묶인 몸이지만, 정신만은 하늘을 나는 새나,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경계가 없다고 믿는단다. 우리가 배우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게 흑산은 유배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단다.‘ ‘ 아우를 그리워하며 바라본 바다에서 나는 다른 길을 보았다. 몸이 어디에 머물든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은 유배가 내게 준 가르침이다. 흑산에서 아이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는 것도 모두 물결처럼 흐르는 이치라고 믿는다. 그리움 담아 흑산에서.‘ ‘몸이라는 유배지에 갇힌 사람이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책은 길이 되고 바닷길이 되었습니다.‘ (접경 지역 파주에서 고정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석 연휴의 왠지 모를 피곤함을 한 방에 싹 날려주는 소설이었다. 윤선생이라는 시발점의 할매와, 이장과 베트남 부인 쑤언, 이장 어머니 양촌댁과, 심지 깊은 절골댁, 달구 새끼 임보인 장씨댁, 한씨와 한씨댁 等, 평균 연령 78세의 노인들이 사는 수평마을에 전입을 한, 성진과 혜진 찌니들이 레즈비언임이 밝혀지자 벌어지는 직설적이고 심란하고 뭉클하고 유쾌한 소설. 성소수자, 다민족 가족, 가부장제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주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노인들의 실리와 포용은 그들이 대단히 선한 본성의 소유자여서도 아니다. 그들의 호오는 전통이거나 학습된 관념이다. 반면 일상은 구체다. 몸쓰며 노동한다는 것은 몸으로 구체를 실천한다는 것, 어떤 관념도 그 구체성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228). ‘느그가 난 년들이다. 난 년들이여. 한 년이 아프면 딴 년이 밥이라도 채릴 것 아니냐.‘ 찌니들은 난감하기만 했지만 그런데 이상도 하지.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수평마을에서 이 사람들과 수평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에 가슴 저 밑바닥부터 따스한 봄기운 같은 것이 스멀거린 듯했다. (2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