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의 왠지 모를 피곤함을 한 방에 싹 날려주는 소설이었다. 윤선생이라는 시발점의 할매와, 이장과 베트남 부인 쑤언, 이장 어머니 양촌댁과, 심지 깊은 절골댁, 달구 새끼 임보인 장씨댁, 한씨와 한씨댁 等, 평균 연령 78세의 노인들이 사는 수평마을에 전입을 한, 성진과 혜진 찌니들이 레즈비언임이 밝혀지자 벌어지는 직설적이고 심란하고 뭉클하고 유쾌한 소설. 성소수자, 다민족 가족, 가부장제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주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노인들의 실리와 포용은 그들이 대단히 선한 본성의 소유자여서도 아니다. 그들의 호오는 전통이거나 학습된 관념이다. 반면 일상은 구체다. 몸쓰며 노동한다는 것은 몸으로 구체를 실천한다는 것, 어떤 관념도 그 구체성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228). ‘느그가 난 년들이다. 난 년들이여. 한 년이 아프면 딴 년이 밥이라도 채릴 것 아니냐.‘ 찌니들은 난감하기만 했지만 그런데 이상도 하지.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수평마을에서 이 사람들과 수평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에 가슴 저 밑바닥부터 따스한 봄기운 같은 것이 스멀거린 듯했다. (2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