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ㅣ 시의적절 34
신용목 지음 / 난다 / 2026년 10월
평점 :
품절


해마다 가을이 오면, 검고 굵은 잘 익은 포도 한 상자가 인편으로 도착한다. 그 시간마다 올해도 또 ‘가을이 왔구나.‘ 실감하고 이번 가을에도 사랑으로 온 탐스러운 포도들을 맛있게 먹었다. 언제까지 이 감사한 포도들을 받을 지 모른다. 사랑의 전령사께서 이미 칠순을 훨씬 넘기셨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침묵은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음악 속의 침묵은 음악의 일부가 된다. 부재가 존재의 일부가 되고 이별이 사랑의 일부가 되며, 이별 때문에 사랑은 전부가 되고 부재 때문에 존재는 세계가 된다.‘ (32).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실은 거대한 포도밭이어서, 푸르게 생겨나 검게 익어가는 마음이어서ㅡ가을이 오고, 빨갛게 타오르는 몸으로 바라본다.‘ (118). 무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남아 있을 상징같은 기억들과 잔향의 현존같은 10월의 시의적절. ‘나는 그 목소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은 인간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진화시켜온 감정이 아니라 그저 우주가 자신을 보기 위해 인간이라는 거울 앞에 선 순간이었다.‘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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