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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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소설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희화적인 책제목 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욱씬욱씬했다. 이 시대의 뼛골을 우려낸 사골국 한 그릇같은 그런 소설. 3년 전,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고, 이 묵은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내놓았다 한다. 작가의 <합체>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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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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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05: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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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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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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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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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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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집은, 너의 이야기처럼 죽죽 읽히고

         어떤 소설은 너의 詩처럼 쿡쿡 아프게 읽히고

         그래서 나는 나무는 키가 큰데 꽃은 위를 향하고 있어 아래서는 좀처럼

         꽃을 보기 어렵다는 나무 상단에 튤립 모양의 연둣빛을 띤 노란색 꽃이 핀다는

         tulip tree라고도 하는, 백합나무 꽃을 생각하고 파란 수레국화를 생각하고

         계속 낑낑거리는 이웃집 개의 뭔가 애절하고 불안한 울음을 어찌할 요량도 없이

         견디고 있는 그런...속수무책의 시간인 것이다. 어쩔 수도 없이,

 

 

 

 

 

 

 

                     수레국화

 

 

 

 

 

                      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 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색, 문득 빈자리의 색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잡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주

                   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 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이미 굴러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P.20 )

 

 

 

 

 

 

                     특별한 일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를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P.13 )

 

 

 

 

 

 

                     선물

 

 

 

 

 

                        어떤 나라에 '눈사람 택배'라는 게 있다 하네요

                        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 지방으로

                        북쪽 지방 눈사람을 특수포장해 보낸다 해요

 

 

                        선물도 그쯤 되면 신비 아닌지요

                        받을 때 눈부시지만 녹아 스스로 자랑을 지우니

                        애초에 부담마저 덜어줄 걸 헤아렸겠지요

 

 

                        다시 돌아간다면 그리 살고 싶네요

                        언젠가 녹을 것을 짐작하면서도

                        왜 손가락을 걸었던지요

 

 

                        그때 그 반지, 눈사람 속에 넣겠어요

 

 

                        동그라미 두 개가 허공을 품었다 놓아준 것처럼

                        지우는 법을 가르쳐준

                        눈사람

 

 

                        그런 선물이라면

 

 

                        그런 아득함이라면  (P.70 )

 

 

 

 

 

     

                       봉봉 한라봉

 

 

 

 

 

                            모든 당신은 슬프다, 라고 쓰고 나니 그 당신들이 주렁주

                         렁 열린다

                            내가 만난 당신들 한라봉처럼 배꼽이 나왔다 배꼽 때문에

                         웃다가 결국 배꼽 때문에 울었다

 

 

                            어떤 날은 눈이 퉁퉁 부어서 나갈 수 없었는데 생감자를

                         썰어 붙여도 부은 눈은 가라앉지 않았다

                            주전자 꼭지를 닮은 배꼽, 툭 튀어나왔으므로 툭하면 아

                         팠다

 

 

                            누가 어떻게 볼까를 왜,

 

 

                            배꼽이 내장한 고감도의 전류, 건드리기도 전에 비명이

                         나오는 건 이미 닿아본 때문이겠지만

                            저마다 아파 다른 아픔도 아파

                            아픈 자리에선 나비가 꽃이 도마뱀이 나오곤 했다

 

 

                            나도 힘이 든다고 말하려다 만다

                            동족끼리 아플 때는 서로 어떻게 부비나

 

 

                            게이가 게이를 알아보듯 내 배꼽이 당신을 알아본 건데

 

 

                            모든 당신은 슬프다, 라고 쓰고 나니 정말 슬픈 일은 여

                            기까지 무사히 배꼽도 없이, 아픔도 모를 당신과 당신일 것

                            이어서  (P.73 )

 

 

 

 

 

 

                          청송 사과

 

 

 

 

 

                                전화로 주문을 했더니 그 남자는 먹기엔 그냥 괜찮다며 흠

                             있는 사과를 보내주었다

                                흠, 흠, 내 흠을 어떻게 알고서

 

 

                                어제 오늘 이미 여러 차례 떨어진 내 하관은 바닥이니 거리

                             에 떠다니는 삼엄한 얼굴은 또 무슨 생각들을 놓친 낙과냐

                                비나 번개를 만나

                                저 흠들은 자신의 몸으로 모서리를 삼킨 거지

                                그렇게 견딘 시간은 울퉁불퉁 붙고 아물어

 

 

                                과도의 끝이 닿자 이제야 길었던 통점이 떠나가고

                                뭐, 큰일이나 날 것 같았던 당신의 법도 잘려나가고

 

 

                                자른 채로 잘려나간 채로 그냥 묻어 살기에 괜찮으니 도

                             리어 면면하니

                                흠 있는 존재, 단물까지 나는 이 서사의 사랑스러움을 견

                             딜 수 없으니  (P.81 )   

 

 

 

 

 

 

                           락스 한 방울

 

 

 

 

 

                                 꽃꽂이 하는 사람이 말해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해지는지 머

                              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

                              가 말끔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까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

                              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

                              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 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

                              장하지 않기로 한다  (P.89 )

 

 

 

 

 

                                                    -이규리 詩集,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시인 소개

 

1955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이 있다.

 

 

 

● 편집자의 책 소개

“여긴 아직 내색에 무심하다
그러니 꽃이여, 그저 네 마음으로 오면 되겠다”
―지상의 존재들이 빚어내는 삶의 비의에 응답하는 따뜻한 시선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저마다의 사연으로 내파(內波)되어 있는 삶의 실제 상황들”을 하나의 중심으로 환원하는 보편성에 저항하며 각 존재의 개별성을 확보해왔던 이규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문학동네시인선 54번으로 출간되었다. 『뒷모습』(2006) 이후 8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일종의 독특한 미학으로 담백함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 서른여덟 편이 묶여 있다. 관성적으로 스쳐지나가기 쉬운 사소한 풍경에서 포착한 삶의 비의를 개성적인 시적 풍경으로 재구성했던 시인의 애정 어린 관찰력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시인은 언어가 주는 소통의 착시 효과를 경계하면서 시로 재구축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섬세하게 더듬어나간다.

그가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재킷 뒤에 세탁소 꼬리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애써 준비한 말 대신 튀어나온 엉뚱한 말처럼
저 꼬리표 탯줄인지 모른다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던 일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 일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저, 저, 하면서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의 연애를 덮고 한 달 만에 시집간 이모는
그 7년을 어디에 넣어 갔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저, 저, 하는 사이에」 전문

이규리가 포착한 삶의 순간은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말의 무력함을 경험하면서, 그저 목격하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삶의 순간이 있음을 인정하는 시인의 ‘담담한 현실주의’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지 않은 슬픔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저 “저, 저,” 망설일 뿐 “말해주지 못”하는 때. 삶의 불가항력과 외로움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쓸쓸함이 담담한 어조에 배어 있다. “숨이 차서, 또 어찌할 수 없어서, 일렁이는 마음 감추려 또 괜한 말을 하는” ‘당신’의 아픈 몸을 가만히 받쳐주면서 시인은 “저 꽃 이름이 뭐지?”라고 말을 반복하는 ‘당신’의 안색에 활짝 핀 고통을 느낀다.(「해마다 꽃무릇」)

그날따라 정신없이 웃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래도 되는지
옆을 돌아보았어요

예의가 아니었나요
예의는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라 하고
너무 가두어도 어긋나는 것이라 하니

예의는 예의를 말할 수 없는 거겠어요

아무도 웃지 않을 때 웃는 건
그야말로 예의가 아니겠죠
하필 그날, 왜 옆에 있던 대형 유리가 깨졌던 걸까요

미안해요 너무 크게 웃어서

슬픈 다른 사람 생각을 못해서

파편들은 극명하게 아픔을 말해주었어요
웃음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듯

아마 그날,
우리는 웃지 않아야 할 때 크게 웃었던 거지요

-「예의」 전문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박상수는 이규리 시인은 “자기 웃음조차 객관적 시선으로 되살피며 사태와 그 사태를 둘러싼 관계들을 전체 맥락에서 고려”하고 있으며 자신과 아무런 관계 없는 우연조차 “자신의 몫으로 감당하며 미안함을 느끼는 이런 화자의 모습이 오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슬픈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혼자 웃었던 걸 미안해하는 마음이 바로 시인의 마음”일 거라면서 말이다.

한 줄 문틈을 그은 불빛이 빗장 같아
불 켜진 아이 방 앞에 서서
늦은 시각을 벌컥 열지 못하겠다

자주 먼 곳을 향하는 아이를 훔쳐볼 때
슬그머니 끼이던 낯선 공기
백합나무도 제가 피운 꽃등은 못 보겠지
내가 짚어볼 수 없는 저 아이의 미열은
이제 나무의 것일까

-「꽃나무의 미열」 부분

백합나무는 tulip tree라고도 하며 나무 상단에 튤립 모양의 연둣빛을 띤 노란색 꽃이 핀다. 나무는 키가 큰데 꽃은 위를 향하고 있어 아래서는 좀처럼 꽃을 보기 어렵다. 이는 존재에 대한 탁월한 비유로 읽힌다. 자식과 부모는 혈연으로 맺어진 누구보다 긴밀한 사이이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스스로 자기의 존재를 책임져야만 하는 고독, 시인은 그 아이의 “쓸쓸한 먼길”을 이해하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방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에게 “또 짐짓 이마를 짚으며/ 음, 음, 날씨 얘기나 꺼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려깊은 배려가 서로에게 보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아닐지 시인은 가만히 되묻는다.

“어떤 나라에 ‘눈사람 택배’라는 게 있다 하네요/ 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 지방으로/ 북쪽 지방 눈사람을 특수포장해 보낸다 해요// 선물도 그쯤 되면 신비 아닌지요/ 받을 때 눈부시지만 녹아 스스로 자랑을 지우니/ 애초에 부담마저 덜어줄 걸 헤아렸겠지요// 다시 돌아간다면 그리 살고 싶네요/ 언젠가 녹을 것을 짐작하면서도/ 왜 손가락을 걸었던지요// (…)// 그런 선물이라면// 그런 아득함이라면”(「선물」)이라는 구절처럼, 우리는 녹을 것을 알면서도 손가락을 걸고는 하지요.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하지만, 저는 끝까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래요. 당신의 시집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도착해서 이렇게 녹아 없어지지만, 여기엔 이런 것이 바로 삶이라는, 당신의 수긍과 지혜와 안부와 토닥임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죠.
―박상수 해설 「러블리 규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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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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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2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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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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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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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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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2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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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5: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옛 주인이 있기 앞서도 꽃은 피고,
새 주인이 있을 적에도 꽃은 피다가,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곱게 피면서
집도 마을도 향긋하게 밝히지 싶어요.

씨앗으로 오래오래 이어지면서..

appletreeje 2014-05-14 23:09   좋아요 0 | URL
예~ 모두 씨앗으로 오래오래 이어지면서
기억도 눈빛도 삶도, 다 향긋하게 밝히리라 믿습니다~*^^*

하늘바람 2014-05-14 08:57   좋아요 0 | URL
수레국화 슬픈 마음이 어리다가 기억이 밟힌다는 구절에 잠시 밟히는 기억들을 접습니다 화창한 하루네요

appletreeje 2014-05-14 23:12   좋아요 0 | URL
저도 잠시 밟히는 기억들을 접게 한 그런 시였습니다.^^
정말 화창한 하루였어요. 그래서 더욱 막막했지만요..

하늘바람님! 평온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4-05-15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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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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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4-05-18 16:23   좋아요 0 | URL
트리제님, 오랜만이에요 ㅎㅎ

항상 트리제님이 뽑아 써 주시는 시는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시집에서 그런 시들을 찾아보려고 해도 잘 읽히지 않던데...
차분하게 마음을 열고 읽으면 다가오겠죠.

appletreeje 2014-05-19 04:32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ㅎㅎ
고3이라 열공하시느라 힘이 많이 드시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알라딘에도 오시고 안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소이진님이 좋아하시는 시들을 차분히 즐겨 읽으시겠지요.^^
언제나 영육간 건강하시길 빕니다~*^^*
 
말론 할머니 - 작은 책 2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조니 그림, 강무홍 옮김 / 비룡소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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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고 아름다운 책 하나가, 내게로 날아왔다. 작은 책속에 작은 그림과 작은 할머니와 작은 동물들이 사랑하며 아끼며 산 이야기가 눈처럼 소복히 쌓여있다. 고운 님들의 눈길과 손길을 거쳐 살포시 다가온 이 책은, 아마 나와 늘 함께... 내내 정답게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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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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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05: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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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1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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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0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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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가족
고은 글, 이억배 그림 / 바우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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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詩, <5대 가족>과 이억배 님의 놀랍도록 따스한 그림이 어우러진, `풀밭`에서 살고 내일은 또 다른 `풀밭`을 찾아가야 하는.. 5대 가족이 `새끼양의 탄생`을 별빛처럼 만나던 이야기. 그지없이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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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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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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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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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8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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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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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 뜨자마자  내 눈(眼)이 되어준 안경을, 이제야 벗고 잘 준비를 한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몸속에 있던 어떤 울음이/ 더듬이 길게 빼고 연신 어디 먼 별 쪽으로/

제 소리를 송신하고 있었던 게다/ 내 몸이 울음의 집이었던 게다/ 한 심재휘 시인의 '울음의 집'

을 읽다가 ,

 

그리고/ 머리는 떼어 그냥 머리맡에 놓은 채/ 달아오른 프라이팬 옆에 놓여 있어도 꿈꾸지 않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잠시/ 저 달걀 같은 잠을 자보고 싶다.. 처럼

나도 오늘밤은 '달걀 같은 잠'을 자고 싶다.

 

그리고 '세월이 가면' 설익게 술을 마시고/ 서투르게 노래방에 들렸다가 돌아와/ 깊게 잠든...

밤이 올것인가.

유빙流氷, '흐르는 방'과 "심재휘 시인을 생각하면 소슬한 '적산가옥' 한 채가 떠오른다는"

이홍섭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또 '달걀 같은 잠'을 기다린다.

오늘도 '그림자와 이별하다' 처럼,  전나무 숲속의 자작나무 한 그루, 같이 하루를 살았다.

내일은 아니, 다시 오늘은 또다시..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 같은 하루를 살 것이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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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없이

-북쪽마을에서의 일 년

 

 

 

 

밤새 오한으로 몇 개의 뼈가 차고 서럽더니

새벽쯤 되어서야 몸이 따뜻해진다

그때쯤 얼핏 꿈에 들었겠지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많았구나

만화경 속처럼 피었다 지는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날 불러 서둘러 돌아보니

머리맡 알람이 운다

빌린 잠을 잔 듯 어릉대는

어수선한 꿈 얘기는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아직 창밖은 희미하여 옛날 같은데

잠자리에 누운 채 눈을 떠보면

식지 않은 몸만 내 것인양

물위로 오롯이 떠오르고 있다

꿈속의 그 많던 사람들 물 밑 아득히

가라앉으며 멀어지고 있다

어느 먼 바람에 잔물결이 잠시 일었다 자고

끝도 없이 넓은 어둠의 수면 한가운데 모로 누워

내 검은 손 하나 오래 쳐다보는 새벽

 

 

 

 

 

북쪽마을의 봄나무

-북쪽마을에서의 일년

 

 

 

 

간혹 북쪽마을에까지 다다른 나무들이 있다

어느덧 그곳에서 숲을 이룬 나무들이 있다

봄이 와도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들이 있다

며칠 어지간히 따가운 봄볕에도

쉬 꽃을 내놓지 않는 나무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길의 끝을 묻지도 않는 나무

 

 

한 차례 더 몰아칠 눈 폭풍의 봄들을

이들은 얼마나 지나왔던 것일까

서둘러 피운 꽃들을 잃고 돌아서서

몇번이나 울었던 것일까

북쪽마을에는 오월이 와도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들이 있다

묽지도 않고 깊지도 않은

연둣빛 그늘에 슬픔의 뿌리를 묻고

두리번거리며 가슴속의 꽃을 매만지기만 하는 나무 

 

 

 

 

 

얼음 평원

-북쪽마을에서의 일년

 

 

 

 

따뜻한 공중을 그는 왜 떠났을까

거미 한 마리가 자작나무 숲 속 물웅덩이의

얇고 투명한 살얼음 위를 걸어

건너편 기슭으로 가고 있다

 

 

그가 걷던 허공에도 물웅덩이가 있고

때로는 살얼음이 얼겠지 하지만 저 거미

오늘은 지상의 얼음 평원을 건너가고 있다

 

 

물의 일기를 쓰듯

가다 서고 가다가 돌아보고

깨어질 것 같지 않은 후회의 평원을 걸어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긴 두려움의 문장

 

 

저녁이 온다

더욱 밝아지는 자작나무 숲 어딘가의

이제 막 불이 들어올 집을 나와

그는 왜 아직도 얼음 평원 위를 걷고 있나

 

 

흐르느라 바쁜 물 같은 목숨들은

얼고 나서야 투명하게 제 속을 드러내지

훗날 얼음 한 조각이 녹듯

외로운 영혼이 가족들 곁을 맴돌지라도

지금은 물웅덩이를 다 건너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고 올라

드디어 끈끈한 저의 영토에 들기 전까지

거미에게 세상의 모든 길은 살얼음이리라

 

 

 

 

 

징검돌 위에서

 

 

 

 

맑은 날인데

개울물이 뜻밖에 빠르고

징검돌들은 얼굴을 가린 채 젖어 있다

상류 쪽 먼 산기슭에는 언젠가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왔겠다

종내에는 비도 그치고 세월은 흘렀겠다

 

 

한데 어찌하여 그날의 빗소리는 이곳까지 흘러왔나

눈 감은 징검돌 사이에서 왜 소리 죽여 울고 있나

 

 

지나간 어느 먼 날에

처음 발 앞에 돌을 놓으며

개울을 건너가려던 한 사람 있었겠다

마음을 점점이 떨어트리고

기어이 개울을 건너간 사람이 있었겠다

 

 

서로 손을 잡을 수도 없고 거둘 수도 없는

징검돌 사이의 쓸쓸한 간격을 따라갈 때

어느덧 익숙한 보폭 아래로

사무치도록 투명한 물이 흘러갈 때

지울 수 없는 물의 무늬들만 흘러가지 못할 때

 

 

이런 날은 내 가슴속에도

물을 건너가던 사람 하나

자꾸 그리워지겠다

 

 

 

 

 

옛사랑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 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중국인 맹인 안마사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 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심재휘 詩集, <중국인 맹인 안마사>-에서

 

 

 

 

 

 

 

 

 

 

 

 

 

'문예중앙시선' 32권. 낭만적이고 쓸쓸한 목소리로 기억에 얽힌 시 세계를 노래해온 심재휘 시인이 7년 만에 새 시집을 묶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과 <그늘>을 펴내며 '유년 시절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애착과 그리움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아온 심재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특유의 소슬한 기풍이 돋보이는 시편들을 선보인다.

새 시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장면들은 낯선 이국의 풍경들이다. 이번 시집의 절반은 시인이 캐나다에서 체류할 때 쓴 '북쪽마을' 연작시로 이루어져 있다. '참 알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한 머나먼 하늘 아래'에서 시인은 '집 없는 자의 눈처럼 좁고 깊은' 우물에 비친 풍경을 써 내려간다.

이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시편들을 두고 해설을 쓴 이홍섭 시인은 "이국 풍경 속에서만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시인이 현재 몸담고 있는 현실과 불화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 평하며 "그를 생각하면 소슬한 적산가옥 한 채가 떠오른다."라고 덧붙였다.

점령지에서 적국 사람들이 살던 집을 뜻하는 적산가옥은 숙명적으로 이중국적을 껴안은 건축물이다. 오랜만에 새 시집으로 찾아온 심재휘의 언어는 적산가옥과도 같은 이국적이고 투명한 슬픔의 정서로 빛난다.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나는
해변에 밀려 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지저귀던 저 새는」

 

 

 

 

 

시인의 말 

 

 

 

세월이 많이 지났다

 

모든 것이 다 한곳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슬픈 눈을 지닌 개를 데리고 걸어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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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3 0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05-03 06:41   좋아요 0 | URL
요즈막은 자작나무에 새 잎이 돋고
앙증맞게 고운 자작꽃도 필 무렵이에요.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웬만하면 무리를 이루는데
이 가운데 자작나무는
혼자서 조용히 자라는 모습을 곧잘 보곤 해요.

참 그렇군요.

appletreeje 2014-05-03 10:09   좋아요 0 | URL
아..자작나무 새 잎도, 앙증맞게 고운 자작꽃도
보고 싶네요~
자작나무 책상에서 책도 읽고,
자작나무 침대에서 잠도 자고 싶구요..*^^*

2014-05-03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3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