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허스키하고 은밀 다정한 ' 아~옹!' 소리가 나 화들짝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담장 목련나무, 옆집의  어두운 구석 창고 앞에서 시커멓고 커다란 수컷 고양이 한 마리 안에다

대고 노래를 하는 중이다. 왠지 반갑고 좋아서 나도 그애에게 '야~아~옹!' 인사를 하니 휙 나를

초록눈으로 올려다 보더니 스윽 뒤를 돌아 저벅저벅 걸어 그 집 대문을 통해 점잖게 나가 버린다.

아요..너 왜 그러니..난 네가 좋아서 야옹,했는데..ㅠ.ㅠ  그렇게 숫기가 없이 점잖아서 어디

사랑은 하겠니?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괜히 녀석의 구애를 본의아니게 훼방 놓은 듯 해 무척

 미안 쏘리, 하구나.

 이 녀석은 참 점잖은 고양이다.

 어느 젊고 혈기왕성한 청년 고양이는 구애중 이렇게 내가 부르면 휙~고개를 돌려 노려보며,

 낮은 음성으로 '야아아..옹!!' 성질을 내며 끄덕도 않고 계속 애인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데 비해

 좀 전의 초록눈의 깜장 고양이는 참 점잖구나..에구..점잖기만 해서 다 좋은 건 아닐텐데..사내

 가 뚝심도 있고 밀어부치는 박력도 있어야 애인을 품에 안을 수 있을텐데..에이구, 이 또 무슨

 아침부터 오지랍퍼 근심을 떠는 나..ㅠ.ㅠ

 문득, 지난 겨울 눈 내리는 밤길을.. 늙고 병든, 다리도 절뚝이고 눈도 애꾸눈이고 꼬리도 짤린

 과거 동네짱이었던 늙은 남편고양이와 이 골목 최고 얼짱녀인 미모의 그녀 고양이가 함께

 눈 위에 발자국을 나란히 찍으며.. 걸어가던 아름다운 뒷모습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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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7 09:34   좋아요 0 | URL
고양이와 놀면서 하루를 여는 아침이로군요!

appletreeje 2013-06-27 09:44   좋아요 0 | URL
녱..!^^ 야~옹..ㅎㅎ

드림모노로그 2013-06-27 10:21   좋아요 0 | URL
고양이와 노는 나무늘보님의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ㅋㅋ
생후 40일된 슈나이저가 아랫 집 고모네 입양되었는데 ㅎㅎ
생긴 것이 딱 고양이 같이 생겼습니다 ㅋㅋ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ㅋㅋ
하는 짓이.. 꼭 그....
늘 그렇듯이 행복한 하루 되세요 ㅎㅎ

appletreeje 2013-06-27 10:47   좋아요 0 | URL
ㅋㅋ,
슈나이저~!! 저도 슈나이저 좋아해요. 생김새가 마치 영국신사같고 토이같기도 해서요. ^^ 근데 3대 악마견, 비글 코키와 함께..ㅋ
평소 삶이 좀 지루하신 분들께 리얼리틱 생기와 활력과 고민을 삼종세트로 선물해주는 구여운 강아지죠.~^^
하는 짓이..꼭 그... 뭐요, 뭐요..? ㅎㅎ

드림님! 오늘도 즐겁고 좋은 하루 되세요.~

수이 2013-06-27 12:44   좋아요 0 | URL
친구네서 고양이 봤다가 완전 여신과 같아서 그 미모에 홀딱 반해버렸어요;;;;
둘째를 포기하고 고양이를 키울까 생각중이에요;;;;;;;;; 후훗


appletreeje 2013-06-27 13:24   좋아요 0 | URL
터키 앙고라나 페르시안 고양이는 정말 우아하고 여신같죠~^^
느무느무~ 예뻐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울 로미도 페르시안이었는데..ㅠ.ㅠ

앗, 그래도 둘째를 우선 보시고, 그 후에 고양이를 키우셔야죠~~ㅎㅎ

보슬비 2013-06-28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들 보면 '냐옹'하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눈인사도 나누기도 하는데, 제대로 먹히기는 힘들지요. ㅎㅎ 그래도 가끔 이웃사는 고양이가 다리 비벼줄때 좋았는데, 토토가 엄청 짖어대서 오래있지는 못하더라고요.

신사고양이 맘에 들어요.

appletreeje 2013-06-29 09:14   좋아요 0 | URL
고양이들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자기과 싸우자는 의미로 생각한데요.
그래서 저는 실눈을 뜨며 '야~옹. 야~옹~' 부르면 아주 가끔 드믄 일이지만 상대고양이도 함께 눈을 가늘게 뜨며 깜박깜박 인사를 하는데 일명,
'고양이 키스'라 하지요. ㅋㅋ

저도 그 날의 그 점잖은 녀석이 많이 마음에 들어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