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나 어릴 땐 차가 없어서 항상 날 업고 다니셨는데, 커서는 휠체어를 씽씽 밀어주시네. 이젠 휠체어마저도 탈 수 없으니, 흠...캠핑카 타고 전국 일주하고 싶어. 하하 엄마는 안 따라가신다네.

 아부지...딸이 먼저 떠나더라도 아부지 꼭 찾아와. 아부지가 먼저 가더라도 딸이 찾아갈 테니까. 아부지, 힘들고 고생스럽게만 한 딸이 뭐가 예쁘다고 찾을까. 그래 그곳에서는 편하게 쉬는 거야. 나는 구천을 떠돌아도 뼛속까지 박힌 아부지 얼굴 안 까먹고 다시 찾아갈께. 항상 지켜줄께. (P.134 )

 

 딸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좀 특이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유려하고 아름다운 필치로 나타내는 것.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감하게 하고, 글쓴이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마음이 되게 하는 것. 그렇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참 좋지. 그리고 짜내는 생각보다는 흐르는 물처럼 슬슬 흘러 나오는 말로, 자신의 삶과 세계관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어떤 직관에 의해서 줄줄이 나와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무엇인가 모를 동질감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P.154 )

 

 

 몇 군데 거쳐 귀하의 글월 받았습니다.

 귀하의 소중한 삶 앞에서 내 말이 무슨 격려가 되겠습니까.

 부디 견디어내시기를 빕니다.

 누구에게는 하루가 단 하루일 뿐이지만 누구에게는 하루가 천개의 하루일 것입니다.

 우유 마신다지요?

 나도 귀하가 마시는 우유를 생각하며 아침 식탁 우유를 마시렵니다.

 이 세상의 공기를 함께 숨 쉽시다.

 하루는 하루의 일상이지요. 안녕 (P.180 )

 

 고은 선생님,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음식을 못 넘기는 날 위해 그나마 (내가) 먹는 우유를 함께 드시며 (나를 )생각하겠다고, 천개의 하루를 살라고 하셨지요.

 지금껏 잘 버텨올 수 있도록 걱정해 주시고 소통을 허락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젠 간절한 꿈을 위해 정진할래요. (P.180 )

 

 

 

 서른 살. 살아있는 것도 구차스러운데, 서른 살은 정말이지 끔찍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10년 동안 가장 두려워하던 날,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상하다. 차라리 후련하고, 가볍고, 자유로웠다. 아예 포기하고 나니 더 이상 죽고 사는데 매달리지 않게 된다고나 할까 용기가 넘친다. ㅋㅋㅋ 그리고 편지 소통들로 위로를 받았다. 눈부신 서른이다. (P.60 )

 

 

 

 

 

 

 이 책이 내게로 온 날. 봉투를 열고 책표지를 보는 순간, 그냥 가만히 책을 가슴에 안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보다가  또 가슴에 안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신호빈은 1983년 생으로 단국대학교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 경피증 진단을 받았다. 10년이 넘는 투병기간 중 수차에 걸쳐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두 다리와 손가락을 절단했으며, 30세에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죽음을 준비하라는 병원 측의 조언에 따라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현재는 10년을 한결같이 간병해온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속에서 기적적으로 생존을 계속, 마음을 열고 인터넷에 실명을 내놓고 소통을 원해 많은 이들의 위로와 사랑을 받으며, 무엇보다 그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며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다. 글쓰기를 희망하며 첫 책으로 이 책, <신호빈의 세상에 나를 외치다>를 내 놓았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삶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인생을 박탈 당하고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의 눈물과 기도와 헌신과 함께 고통의 시간을 겪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마지막으로 세상과의 소통에 손을 내밀고 그 소통의 힘과 사랑으로 남은 시간을 더 자유롭게, 더 힘차게 날아보려고 최선을 다하여 외치는 씩씩하고 아름다운 희망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모든 것을 갖추고도 치열하게도 최선을 다하지도 못했던, 내 자신이 많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지만 이제 책장을 덮으며, 처음과 같이 사진만 보아도 그저 아프기만 해 가슴에 책을 꼭 안고 있었던 그 마음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며 다시 한 번 이 책을 꼭 가슴에 안아본다.

 그래요. 신호빈양!  멋지고, 자랑스러워요. 우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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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4-22 22:09   좋아요 0 | URL
가슴으로 책을 맞이하는 나무늘보님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뻐근해요.
책사이 사이 꽂혀있는 포스트잇이 눈에 띄네요. 이런책은 꼭 도서관에 소장되어야하는것 같아 이 책도 희망도서로 신청해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4-23 11:52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책은, 가슴으로 꼭 안았다가 책을 다 읽고선 다시 한 번 안아 본
그런 책이었어요. 책을 읽을 때면 밑줄치기를 안하고 포스트잇을 많이 붙이며 읽어요. ^^;;
날씨가 흐리네요. 따뜻한 차 한 잔이 좋은 그런 날입니다.
보슬비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이진 2013-04-22 22:26   좋아요 0 | URL
마침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 죽은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보고 왔어요.
소녀는 병을 진단받고는 바로 죽어버렸는데, 열심히 살아주는 신호빈씨가 정말 고맙네요.
가슴이 아프네요. 책에 붙은 포스트잇만 보아도 트리제님께서 얼마나 이입을 하며 읽었는지 짐작이 가요.

appletreeje 2013-04-23 12:10   좋아요 0 | URL
네~열심히 씩씩하게 살아가시는 신호빈씨가 정말 고마워요.
저도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이진님! 좋은 날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4-22 22:40   좋아요 0 | URL
이런 사람들이 있군요. 너무 많은 엄살을 부리며 사는 것 같아 부끄러워집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보낸 글도 천개의하루 살라고 힘 주신 고은 선생에 대한 말도 고맙게 주워갑니다 저도. 아직도 봄밤공기가 차가워요. 내일은 또 비가 온다고해요. 굿나잇~

appletreeje 2013-04-23 12:0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많이 부끄러웠어요.
프레이야님! 이 세상의 공기를 함께 숨쉬며 오늘도 천개의 하루, 보내요. 우리.
예, 여전히 공기가 차가워요. 이곳은 비는 오지 않고 날씨가 흐리네요..
프레이야님!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빕니다. ^^

2013-04-22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3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4-23 07:30   좋아요 0 | URL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즐겁게 읽으면서
오늘도
즐거운 마음 되시기를 빌어요

appletreeje 2013-04-23 12: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께서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후애(厚愛) 2013-04-23 10:21   좋아요 0 | URL
어릴적에 아부지라고 부르고 싶어도 부를 기회가 없었는데 병원에 계신 아부지를 이제야 '아부지' 아부지'하고 자주 부릅니다..

'나를 외치다' 나중에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오늘 대구는 비가 많이 내립니다.
감기조심하세요.*^^*

appletreeje 2013-04-23 12:09   좋아요 0 | URL
아유...
그래도 지금이라도 아부지, 아부지 부르실 수 있어서..
저는 이제 아부지도 안 계셔요...
서울은 오후에 비소식은 있는데, 지금은 날씨가 조금 흐려요.
후애님! 비 오는 날, 따뜻하고 다정한 하루 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