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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5년 6월
평점 :
분명 눈에는 태양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중세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어쩌면 우린 다시 한 번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것 같은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뉴턴 역학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일반상대성 이론에 이어 양자 역학, 인플레이션 우주론, 끈이론, M-이론 등 현대 물리학의 흐름까지 살펴보고 있다. 방대한 물리 이론을 수학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쓸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역사적 반향을 일으켰던 과학적 실험들은 어려운 것들이 많음에도 친절한 해설로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또한 중간 중간 나오는 적절한 비유들은 이해를 넘어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은 압권이다. 이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나 일반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다면 제3장만이라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너무도 당연히 구분했던 공간과 시간이 사실은 하나의 시공간이라고 한다. 또 어쩌면 우리는 3-브레인이라는 막에 있는 환영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바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은 과거의 별이고,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의 빛은 바로 앞의 가로등보다 분명 과거의 빛이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와 눈앞에 있는 아파트는 동시에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공간은 무엇일까? 지금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문득 매일 보던 주위의 광경이 낯설어 보인다.
Ⅰ. 진리의 각축장
1. 진리로 가는 길 - 시간과 공간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가?
2. 회전하는 물통과 우주 - 공간은 물리적 실체인가? 아니면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인가?
3. 상대성과 절대성 - 시공간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어 낸 추상적 개념인가?
4. 얽혀 있는 공간 - 양자적 우주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새롭게 탄생되며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서로 무관하지도 않다. 또한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놀라운 결과로 고전 물리학에 결정타를 날렸다.(36쪽)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은밀한 영역(우주의 기원)에서 한데 얽혀 있으므로, 시간과 공간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초기우주의 특성을 일련의 방정식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롭게 대두된 이론이 ‘통일장 이론’이다.(44쪽) 초끈이론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세계는 진정한 실체가 아니라 실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48쪽)
양자역학을 수용한다면 모든 물질의 구성요소이자 그동안 거의 점입자로 간주해왔던 전자 하나가 우주 전체에 퍼져 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들이 파동-입자의 이중성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151쪽)
하나의 칼슘원자에서 방출된 두 개의 광자처럼, 우주에 산재하는 모든 만물은 태초에 한 지점에서 탄생하였다. 따라서 우주의 근원까지 추적해 들어간다면 모든 만물은 양자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적 연결 관계를 온 우주만물로 확장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감상적이며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192쪽)
Ⅱ. 시간과 경험
5. 얼어붙은 강 - 시간은 정말로 흐르고 있는가?
6. 우연과 화살 -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가?
7. 시간과 양자 - 양자의 세계에서 시간의 본질을 추적하다.
엔트로피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은 양쪽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어느 쪽으로 진행되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242쪽) 우주의 질서(저 엔트로피 상태)를 창조한 궁극적인 원천은 바로 빅뱅 그 자체였다. 확률에 입각해 생각해볼 때 수소와 헬륨 기체가 우주 공간을 균일하게 메우고 있었다. 엔트로피가 큰 저밀도 상태에서 중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균일한 기체는 극저-엔트로피 상태가 된다. 물론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주의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해왔다.(258쪽)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광자의 과거는 유일하게 결정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한 과거들이 중첩된 상태로 있다가 관측이라는 행위가 개입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 중 하나의 과거가 ‘대표 선수’내지 ‘대표 과거’로 나타난다.(280쪽)
EPR의 논리를 통해 이 우주가 비국소적인 특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두 개의 사건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결론이지만 우리의 우주는 이와 같이 ‘말도 안 되는’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291쪽)
Ⅲ. 시공간과 우주론
8. 눈송이와 시공간 - 우주의 대칭성과 진화
9. 증발된 진공 - 열(熱)과 무(無), 그리고 통일
10. 빅뱅의 재구성 - 무엇이 폭발했는가?
11. 다이아몬드를 가진 하늘의 양자 - 인플라톤과 양자적 요동
자연의 대칭성은 물리법칙이 만족하는 하나의 특성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단계에서 우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기본원리인 것 같다. 현대의 이론 물리학자들은 대칭성으로부터 모든 물리법칙이 파생되었다고 믿고 있다.(323쪽) 우주의 전체 나이를 일괄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공간의 각 지점들이 대칭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336쪽)
우주의 역사는 열과 대칭성의 긴밀한 관계 속에 함축되어 있으며 그 내용을 이해하려면 ‘텅 빈 공간’과 ‘완전한 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356쪽)
물리학자들은 전 우주공간이 힉스장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최소한의 에너지를 갖는다고 믿고 있다. ‘가장 텅 빈’ 공간이란 진공상태를 의미하므로 진공은 힉스장이 균일하게 퍼져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힉스장이 전 공간에 걸쳐 0이 아닌 값을 갖게 되는 과정을 가리켜 ‘지발적인 대칭성 붕괴’라고 하는데, 이 아이디어는 20세기 후반에 이론물리학의 최대현안으로 부각되었다.(366쪽)
대통일이론은 약력과 전자기력이 약전자기력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되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된 이론이다.(374쪽) 초끈이론은 중력을 포함한 네 종류의 힘을 통일시켜줄 후부로 지금도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377쪽)
질량이나 에너지가 존재하면 그 자체로 중력의 원천이 되듯이, 압력도 그와 동일한 자격을 갖고 있다. 어떤 지역 내에 음압이 존재하면 그로부터 발생한 중력은 해당 지역 안에서 당기는 힘이 아니라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389쪽) 구스는 과냉각된 힉스장이 우주상수와 마찬가지로 공간의 팽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394쪽)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우주의 지평선 문제와 평평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408쪽) 일상적인 입자로 이루어진 물체는 우주의 전체 질량-에너지의 5%에 불과하고 아직 그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암흑물질도 우주 전체 질량의 25%밖에 되지 않으며, 우주를 이루는 질량-에너지의 대부분(70%)은 이들과 전혀 다른 정체불명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음이 밝혀졌다.(417쪽)
양자적 세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균질성을 피할 수 없다. 불확정성 원리로부터 나타나는 양자적 요동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균질하지 않은 양자적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 그 비균질성이 거시적 스케일로 확장되면서 별이나 은하와 같은 거대한 천체의 모태가 형성된다.(425쪽)
Ⅳ. 근원과 통일
12. 끈 위의 세계 - 끈이론이 말하는 시공간의 구조
13. 막(Brane) 위의 우주 -M-이론이 예견하는 시간과 공간
우주의 진정한 근원을 알고 싶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사이의 충돌을 무마시켜서 하나의 조화로운 이론으로 재구성해야 한다.(463쪽) 끈이론은 입자(물질입자)와 힘을 매개하는 입자(중력까지 포함하여)를 하나의 이론체계 안에서 일관된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475쪽)
여분차원의 정확한 형태를 규명하는 것은 끈이론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이다.(508쪽) 또한 끈이론은 우리에게 친숙한 시공간의 개념이 플랑크 스케일 이하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개념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510쪽)
끈이론은 만물의 최소단위로 1차원 끈만을 허용했지만 M-이론은 10차원 이내에서 임의의 차원을 갖는 P-브레인의 존재를 허용하고 있다.(527쪽) 우리가 3-브레인에 살고 있다 해도 여분의 차원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는 아니다. 우리는 중력을 통해 여분의 차원과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 (535쪽)
끈이론/M-이론이 수학적 검증을 무사히 통과하여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훗날 목적을 달성한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548쪽)
Ⅴ. 실체와 상상의 세계
14. 이상과 현실 - 실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실체를 규명하다.
15. 순간이동과 타임머신 -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을까?
16. 암시적인 미래 - 시간과 전망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어떤 물체를 관측한다는 것은 물체가 갖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뜻이다.(590쪽)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물체의 순간이동이 불가능하다. 과정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법칙 자체가 완전한 복제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591쪽)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에 입각하여 시공간의 개념을 확립했을 때 그는 이미 미래로 가는 지름길을 제시했었다. 우리가 지금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리학 법칙 때문이 아니라 기술(광속과 견줄 정도로 빠른 로켓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604쪽)
시간과 공간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학계를 선도하는 물리학자들은 이들 자체가 근본적인 개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636쪽) 시간과 공간도 무언가 더욱 근본적인 구성요소들이 한데 모여 집합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일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이 물리량이라는 믿음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른다(638쪽)
누군가가 나에게 이론물리학의 앞날을 점쳐 보라고 한다면, 나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이 개발한 배경 독립적 논리가 끈이론에 수용되어 시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끈이론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싶다. 이것을 발단으로 끈이론의 3차 혁명기가 도래하면서 모든 미해결 문제들이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6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