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ㅣ 사이언스 클래식 6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8월
평점 :
‘.......과학, 특히 어떤 생물학적 주제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다루는 사람들이 그 주제의 복잡다단함에 압도되어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 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품는 경우가 많다........’ (16쪽)
칼 세이건은 과학자로서 「코스모스」를 쓴 저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한다. 진화와 뇌에 대한 과학과 지능의 관계를 여러 신화와 연결시켜 폭넓게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는 요즘 많이 시도되는 과학과 인문학 융합의 모델이고 생각한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인문학, 물리학, 천체물리학을 공부했고 의과대학에서 유전학 조교수로 일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력이다. 이러한 바탕이 있었기에 방대한 내용을 지적 능력이라는 주제로 엮어가면서 각 장마다 완결된 글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진화의 과정에서 포유류와 인간의 출현은 지능의 진화에 중대한 진전을 이루게 하였으며 뇌가 유전자를 통한 본능적 삶을 누르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뇌의 진화에서 오래된 뇌의 부분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가진 층이 추가된다. 매클린의 분류에 따르면 뇌는 파충류의 뇌인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로 나눌 수 있다. 진화의 정도에서 앞서 갈수록 신피질이 더욱더 발달되고 가장 정교하게 발달한 신피질은 인간에서 볼 수 있다.
인간의 지능 증가와 그로인해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 상황을 성서의 이야기와 연결시키고, 영장류에게 한 언어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지능 발달과 언어의 관계, 꿈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결과, 우뇌와 좌뇌의 차이에 대한 연구 등이 3장에서 7장에 걸쳐 이야기되고 있다. 각 장마다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어 각 장을 따로 읽어도 많은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8장 ‘미래의 뇌’, 특히 9장 ‘지식은 우리의 운명’은 1~7장까지의 전개와 조금 다른 색채로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쓴 목적과 주장이 강하게 들어있다. 지구에서 일어난 진화의 역사는 점차 지능이 발달하는 쪽으로 진보되어왔다. 대체로 멍청한 생물보다 똑똑한 생물이 더 잘 생존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었고 진화의 정점은 인간이라고 말한다.
칼 세이건은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첫 째는 지식과 지적 능력을 지금보다 더 개발하고 향상시키는 것만이 인류가 무궁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발달된 과학은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있을 지적 외계생명체(지구에 온 적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의 진보된 문명과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둘째는 사이비 과학, 의사과학, 신비주의, 마술, 인간은 신들이 창조한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 등에 대한 비판이다. 이는 지적 엄밀함의 부족이며 변연계 및 우뇌의 원리이고 꿈의 세계의 표준이라고 말한다. 또한 반증을 거부하고 합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는 원리들이라고 한다. 이성과 신피질만이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무척 훌륭하다. 일반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과학적 지식의 맛 또한 좋다. 광범위한 지식을 신화로 엮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칼 세이건의 능력 또한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지식의 진보와 지적 능력이나 지능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약간의 오만함, 과학 만능적인 태도는 왠지 위태롭게 여겨진다. 벌써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되었다. 그동안 또 다른 과학적 발견들이 있었고 그만큼 인간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과학이 무엇인지, 또 진화, 지적 능력, 지능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후대의 독자들은 칼 세이건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