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풍경, 덕성리>수채 2013

 

지난 주말에는 화구를 챙겨들고 지인들과 함께 강화 덕성리에 다녀왔습니다.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언덕에 띄엄띄엄 있는 가옥들 모습이 먼 이국의 풍경인양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날씨는 찌는 듯 무더웠지만 모처럼 야외 공기를 쐬며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쓸데없는 수다를 많이 떨었으니 오늘은 덕성리에서 스케치해 온 수채화 두 점만 간단히 올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으싸으싸!

 

<고가 앞에서, 덕성리>수채 2013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icoffeeman 2013-06-2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화보단 수채화를 더 좋아해요.. 잘 보고 갑니다.

김미진 2013-07-0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삿갓 2014-02-15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지금은 폐쇄된 정치 담론 사이트인 진보누리에 자주 글 올리던 그 김미진 씨인가요?

김미진 2014-02-1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문화에 관련된 칼럼을 기고하긴 했지만 아닙니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삿갓 2014-02-1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셨군요. 다행입니다. 그 김미진 씨도 무척 박학한 분이긴 했는데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다음에 또 들르겠습니다.지금과는 다른 닉으로....^^
 

 

 <장암동-산책>유채 2013-4

 

옛말에 생각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고 한다. 말을 타고 달릴 때, 뒷간에서 일을 볼 때, 자려고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혹은 한적한 마음으로 산책길을 나섰을 때 이리저리 꼬인 생각들이 절로 풀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머리가 복잡할 때 주로 운전을 한다. 파편처럼 조각난 아이디어들, 앞뒤가 꽉 막힌 생각들을 풀기 위해서는 그저 몇 시간이고 운전대를 잡고 냅다 질주하는 게 상책이다. ‘2시간째 같은 차선 주행 중’이라고 쓴 초보 운전자의 경고판이 이때만큼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잠시나마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순간에도 음악은 필요하다. 차창 밖 세상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도로 위에 가득한 소음과 나 사이에 얇은 가름막 하나를 세워두는 것이다.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운전 속도를 올리지 않는 게 좋다. 차선도 거의 바꾸지 않고 3차선이나 4차선에서 유독 늦게 가는 차만 졸졸 쫓아간다. 차량사고도 예방하고 그러면서 생각의 호흡을 끊지 않기 위한 나만의 운전법이다.

 

정신을 모으는 데는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이 좋다. 라디오는 지지직거리는 전파장애와 시엠송, 디제이들 목소리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가사가 있는 가요나 팝송 째즈 오페라 같은 것들도 생각을 뚝뚝 끊어 놓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 않다. 차 안에는 이럴 때를 대비한 몇 장의 시디가 구비되어 있다. 피아노곡이나 첼로, 플롯, 오케스트라 연주곡도 실험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템포가 빠른 바이올린 곡들이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는 데는 가장 적당한 것 같다.

 

평소 귀에 너무 자극을 준다 싶은 바이올린 소품들이 무척이나 달콤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바이올린 선율의 예민하게 떨리는 하이 톤에는 사람의 뇌파를 자극하는 뭔가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음파의 알 수 없는 영역이 무의식에까지 끼어들어 ‘생각해, 생각해! 저 밑바닥까지 생각하라고!’ 하면서 자꾸만 내 머릿속을 걷어차는 듯하다.

 

음악은 또 하나의 카오스적 존재다. 그것을 받아들여 걸쇠로 죄어놓았던 의식들을 흩어놓기 위해서는 가능한 바이올린 템포가 심박수를 자극할 정도로 강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택한 음악이 바네사 메이 풍의 격렬한 바이올린 곡들인데 그런 연주곡들을 들으며(아니, 그저 음악에 귀를 가져다 댄 채), 몇 시간쯤 달리다 보면 대개는 뭔가 꿈틀거리며 서서히 풀릴 낌새를 보인다. 평상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이 단편적으로 떠오를 때도 있고, 자잘한 사념의 꼬랑지들이 이리저리 엇갈리다 한순간 총체적으로 들어날 때도 있다. 그럼 나는 어딘가에 멈춰 서서 콧잔등을 몇 번 긁적거리고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몽땅 쏟아내듯 메모지에 받아 적은 다음 아무런 미련 없이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향한다.

 

사실 몇 시간의 드라이브가 내 인생까지 구제한 예는 거의 없다. 아니, 단 한번도. 머릿속을 깨끗이 정리했다 해서 삶이 그만큼 가벼워졌다거나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식의 기적은 아무에게나 쉽게 찾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생각은 생각이고, 삶은 그저 삶일 경우가 대부분이니 어쩌겠는가. 어차피 인생은 혼자 끌고 가는 수레 아닌가. 그 위에는 수없이 많은 실타래와 나조차도 처음 보는 무거운 박스들, 잠재된 골칫덩어리들이 잔뜩 실려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했을 때 엉킨 실타래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 궁금하다.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까지 가서 생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고갱의 마지막 작품 제목은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이다. 과연 나는,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쩔수 없이 감당해야 할 숙제들을 풀기 위해 오늘도 운전대를 꽉 잡은 채 도로를 주행 중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icoffeeman 2013-06-24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님의 글에 무척 공감이 가네요..
 

 

<태리,초록집>수채 2013

 

지난 주말에는 사생 스케치를 하러 집 근처 태리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오전에는 농수로 앞 마을길을 그렸는데 오후가 되어 햇빛이 정면으로 들이치는 바람에 자리를 옮겨 앉아야 했지요. 동네 구경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그늘진 나무 아래에 다시 화구를 펼쳐 놓았습니다. 바로 앞에 밭이 있는데다 좌측에 쌓인 건축자재 더미까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심기일전 다시 발동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웬 걸! 커다란 트럭이 먼지를 피우며 다가오더니 하필이면 초록집 정면에 멈춰 섰습니다. 차 문이 열리더니 운전사가 내리더군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온 걸까? 점심 먹으러 온 걸까? 이미 스케치를 하고 밑칠까지 끝낸 터라 얼마나 야속하던지...굴러 온 돌이 박힌 돌에게 ‘그림을 그려야 하니 차 좀 비켜주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림<태리 초록집-2>15F 유채 2014

 

한 여름처럼 날씨는 푹푹 찌고, 풀숲 비슷한 장소여서 야생 진드기 걱정도 되고...아이고, 또 자리를 옮겨야 하나? 그래 옮기는 게 낫겠다. 아냐, 그냥 돌아갈까? 혼자 구시렁대고 있는데 다행히 트럭 운전사가 집에서 나왔습니다. 옷을 말끔하게 갖춰 입은 것으로 보아 어디 좋은 데라도 가는 모양입니다. 트럭 운전사는 사뿐하게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이내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시 찾아온 한적한 풍경, 온 누리에 깃든 평화에 하느님, 감사! 일단 하늘을 향해 윙크 한번 날려주고 고약한 진드기에 대한 걱정도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바닷길 건너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한참 걸릴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제주도에서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결을 받은 직후였거든요.)

 

<태리, 농수로 앞 마을 풍경>2013 수채

 

‘농수로 앞 마을길’은 집에 돌아와 다시 작업했습니다. 연두색 그림자가 깔린 농수로 젖빛 물결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모르겠군요. 사흘에 걸쳐 엎치락뒤치락 한 덕분에 ‘초록집’에 비해 많이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끝마무리에 너무 공을 들이면 그만큼 생동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기나 편지를 쓸 때, 혹은 카톡 메시지를 쓸 때도 종종 그런 경험을 합니다. 수정할수록 점점 멀어지는 느낌.. 문장의 공식화 과정을 통한 스스로에 대한 검열...만사가 능사는 아니지요. 풀어줄 때는 팍팍 풀어주고, 죄어야 할 때는 꽉 꽉 죄고... 그런 완급 조절이 필요한 봄날의 오후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니 2013-06-1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위가 한창 입니다.
창작활동을 위한 완급조절이 더욱 필요하지요.

김미진 2013-06-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덥다는 데 걱정입니다. 더위 조심하시기를..

메리베리 2013-06-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암 정겨운 거리의 수채화네요^^ 마음마저 맑아지는.... 감상으로 ...잘 보고갑니다

김미진 2013-06-16 23:44   좋아요 0 | URL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장암동, 재활용 꿈>수채,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주 화석정, 늪지> Watercolor on paper 50.3×36.3cm 2013

 

늪지대의 훈훈한 5월 전경을 담았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주인공인 그런 그림입니다.

오늘 완성한 화석정 마을 풍경도 함께 올립니다.

봄날의 멋진 하루 맞이하시기를...

 

 <화석정 마을풍경>Watercolor on paper 48.7×36.2cm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