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장암동 마을에서>
Watercolor on paper, 61×50cm, 2013
장암동 마을에서 그린 그림이다. 마을 어귀에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었다. 낮은 담장과 낡은 지붕, 그리고 집 옆으로 길게 이어진 돌담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기척은 없었지만 집 주변에는 오랫동안 쌓여 온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낮의 햇빛에 잠겨 있는 마을길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듯했고, 풀숲에서는 이름 모를 벌레 소리가 이어졌다. 특별한 사건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조용한 풍경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이런 마을에서는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집들은 그 곁에서 묵묵히 계절을 받아들인다. 벽에 남은 빛과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잠시 그 마을의 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잠시 멈춰 서서 햇빛을 바라보는 그런 오후.
세월이 흘러도 이런 마을 풍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된 집 한 채와 그 곁의 나무,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오후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