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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녀, 지나가다>

oil on canvas, 61×50cm, 2014


바람결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봄이 오면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요즘에는 가능한 한 그림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날짜의 흐름이 점점 속도를 높여 가는 듯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종일 작업실에만 있다 보면 세상이 흐릿하게 멀어진다. 낯선 질문들 앞에서 종종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산중턱에 이르러 숨이 가빠질 때도 있다. 집을 찾지 못한 아이처럼 좁은 골목길을 빙빙 돌다 보면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도 이 세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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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꽃과 로션 병들

oil on canvas, 61×50cm, 201416


오랜만에 오후 3시에 돌아왔다.

한동안 강의와 작업에 밀려 이곳을 잊고 지냈다.

이제 다시 그림과 함께 짧은 글들을

페이스북과 이곳 블로그에 천천히 남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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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후 3시에 맥주 한 잔> 

oil on canvas, 31.5×40.5cm, 2019


나른한 오후 세 시,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마신다.

하늘 끝 흐린 허공에 걸린 낮달은 고요히 한숨을 내쉬고,

기다림에 지친 그대는 책을 옆구리에 낀 채 골목길을 서성인다.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고 속엣말처럼 혼자 웅얼거리며

시계 바늘만 제자리에 멈춘 채 고개를 까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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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꼬마 아가씨>

 Oil on canvas, 45.5×38.0cm, 2015


내 가슴 속에는 수줍은 꼬마 아가씨 한 명이 살고 있다.

볼은 통통하고, 살갗은 연한 핑크빛이다.

시선을 약간 아래로 깔고 있는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어떤 것에도 오염되지 않는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인다.

살짝 벌어진 입술은 오물오물 무엇인가를 갈망한다.

부드럽고도 당당한 몸매,

언젠가 어디선가 다가올 미래를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꼭 쥔 존재에 대한 작은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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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버지 꽃>

Oil on canvas, 91.0×72.7cm 2014-2021


공원묘지의 비석들은 형형색색의 조화로 장식되어 있다. 생화를 갖다 놓고 싶어도 금세 시들어 버리니 공장에서 만든 플라스틱 꽃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돌아가신 분이 생화와 조화를 어찌 구별하실까 싶으면서도, 화공약품 냄새 풀풀 나는 플라스틱 꽃을 꽂을 때마다 어쩐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 그림은 재작년에 아버지 산소에서 가져온 헌 꽃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새 꽃과 교체되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갈 뻔한 그 꽃을 슬그머니 가져왔다. 가족들 얼굴에 스쳐가던 껄끄럽고 어색한 표정들이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은 모른 척 그 선을 살짝 넘어 보기도 한다.


한동안 작업실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꽃을 이제야 완성했다. <아버지 꽃>에는 대량 생산품처럼 소모되는 사물들을 다시 바라본다는 의미도 담겨 있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자 하는 딸내미의 애틋한 마음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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