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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명대시야 세트 - 전4권
베이징대학교 중국전통문화연구중심 지음, 장연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방대한 집필진, 출판사의 의욕적인 기획(사실 이런 책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될거라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다), 찬사로 가득한 언론 및 독자의 리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난해 여름의 중국여행, 이런 것들은 이 책을 즉시 보관함에 넣게 하였고,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망설이던 내게 얼른 사라고 속삭였다.
우선 좋은 점. 선사시대 부터 5.4운동 까지의 중국문화사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판사의 소개나 다른 분들의 리뷰는 사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과장광고나 뻥이 아리라는 거다. 사실 이 책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전혀 몰랐던 것들도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은 일종의 백과사전(시대순으로 나열 된)과 같이 편집이 되어서 필요한 부분만을 찾아 보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리고 아쉬운점. 사진자료에 비해 지도가 너무 없다.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점이 크다. 이러한 아쉬움은 본서에서 지명을 중국식 발음으로 표기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쓰촨성, 허베이성, 랴오닝성 등은 알겠지만 그 안의 세부 지명도 모두...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사람 이름의 경우 중국어식 발음(쑨원 등과 같이)과 한자식 발음(공자, 백거이, 왕희지 등과 같이)이 섞여 있어 헛갈린다. 이것은 저자들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역자의 책임인듯 하다. 세번째 아쉬운점은 상당히 만은 시, 사, 곡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모두 원본 없이 번역본만 실려있다는 점이다. 짧디짧은 싯구의 경우 번역에 따라 얼마나 달리 보여질 수 있을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책의 편집기술상 좌측에 원문, 우측에 번역문 이런 식으로 배치 하는 것이 독자가 읽기 제일 편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아래 위로 배치 하더라도 원문은 반드시 필요했을 텐데 아쉽다... 이대목에서 이책에서 노리고 있는 주요 독자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공자나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 결국 자연스럽게 이책의 기획의도로 얘기가 넘어가게 되는데,
이 책의 의심스러운 점. 북경대학의 그 많은 학자들을 모아 왜 이러한 책이 나오게 되었으며 책의 앞머리에 주한 중국대사의 글이 왜 실려 있을까? 중국의 학자들은 이 책을 자국민을 위해 만들었을까 아니면 외국인 특히 주변국의 독자를 위해 만들었을까? 내 생각을 정리해 보자. 양쪽 모두를 노린 것 같다. 내국인중에는 특히 한족 이외의 민족들을, 외국인 중에는 한국, 일본, 몽골, 베트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 그리고 타이완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었음에 틀림없다. 사실 번역자의 혈관에 한민족의 피가 흘러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만리장성이 한반도의 펑안도 까지라는 둥 하는 따위의 헛소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좀 다른소리 주절주절. 작년부터 역사책, 역사소설 등을 주로 읽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한국, 일본, 중국을 무대로 하거나 태생으로 한 책들을 보면서 나중에 내 아이에게 추천 할 책의 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 중국의 책들은 별로 건질게 없다. 사실 이 책을 열국지, 초한지를 읽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는데, 열국지, 초한지를 읽어야 할지 아니면, 아리랑, 객주를 다시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아니면 다시 과학서적으로 돌아가야 할지...
더 멀리 떨어진 소리. 작년에 TV 뉴스를 보다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대학입시에 국사 과목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필수가 아니라는 얘긴데, 언제부터 이나라가 이랬는지 정말 한마디로,
조국이 싫다. 국민보험료(국민연금) 많이 거두는 거보다도, 건강보험료 올리는 거 보다도 이런 한심한 작태를 아무 꺼리낌 없이 자행하는 자들과 그들에게 또다시 권력의 칼날을 쥐어주고도 무심한 우리네 소시민들(특히 그렇지도 않은데 자기는 중산층 이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