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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세트 - 전10권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문열, 그와의 만남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식의 최고 성장기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이었고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급물결이 휘몰아 치던 80년대 초,중반 이었기에 상당히 강렬한 인상이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고은, 김지하, 김수영, 김주영, 황석영, 황지우, 김남주, 박노해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조정래에 이르러 이문열과는 다른 획을 긋는 만남이 되었었다.
그 후 20여년간 나는 이들과 멀리 지내게 되었다가 얼마전 부터 박경리, 황석영, 김주영, 조정래 등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불혹을 넘긴 지금 오랬만에 다시 이루어진 그들과의 재회는 예전과는 다른 감동을 내게 주었다.
하여 이번에는 이문열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웬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많은 독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는 홍위병논란으로 부터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더구나 최근에 촛불집회와 관련된 그의 발언을 보면 이제는 나이에 따라 더해가는 완고한 고집까지 더해진 것 같다. 아무튼 이건 이 작품의 본질과는 조금 동떨어진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여기까지...
작가가 스스로 발혔듯이 이 책은 중국인이 지은 원작에 충실한 책이 아니다. 아니, 사마천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사기에 충실했는가? 제1권의 초반에 나오는 지도에서 부터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지도를 버젓이 실어놓은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또한 그는 북방민족에 대하여 대단히 편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작가는 도대체 유방의 직계후예라도 되는가? 사실 사마천을 계속해서 태사공으로 높여부르는 것도 마뜩찮다.
그렇다면 순전히 하나의 소설로서의 재미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재미나 긴장감이 떨어진다. 유재주의 평설열국지 보다 한참 재미없고, 우리나라삼국지 보다도 결코 재미있다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이문열 필력은 조정래, 김주영의 그것에 훨씬 못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