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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풀며 - 리처드 도킨스가 선사하는 세상 모든 과학의 경이로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최재천.김산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기적 유전자'가 그랬듯이 도킨스는 역시 좀 어렵다. '만들어진 신'에서 그 어려움이 좀 반감되는가 싶었는데 이 책 '무지개를 풀며'에서 다시 어려워 졌다. 이 책이 더 오래전에 저술 된 것이라서 일까? 원전이 아니다 보니 저자의 탓인지 아니면 번역자의 탓인지, 그도 아니면 내 지적 능력이 1년 사이에 떨어진 것일까? 도킨스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자처하는 최재천 교수의 번역솜씨는 사실 좀 실망스럽다.
나 자신 무신론자임을 숨기지 않고, 혹세무민하는 미신과 사이비 종교, 타락하다 못해 거대한 권력으로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마비시키는 소위 정통종교(특히 유일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에 대항하는 저자를 비롯한 몇몇 저명한 과학자들의 노고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입장이다. 하여, 최근 몇년간 이런 과학자들의 역작들이 소개될때 마다 놓치지 않고 읽어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도킨스는 가히 선봉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는 역시 선봉장이다 보니 용맹하기는 해도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하는 '덕'은 좀 부족한듯 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책소개 내용에 대하여 동의 할 수 없다.
한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책의 전반부가 더 쉽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빛, 소리 등 소위 물리학의 영역이다. 주지하다시피 저자의 학문적 base는 생물학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후반부로 갈 수록 어렵다. 그렇다면 이 책의 독자인 내가 물리학 보다는 생물학적 기초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인가? 아니다. 나는 고교에서도 물리 보다는 생물을 좋아했고, 대학도 생물학과 관련이 있는 학과를 졸업했으며 그 후 이와 관련된 일을 해서 수년을 밥벌어 먹고 살았다. 한가지 짚히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저자의 서술방식 중 하나는 '몇년도에 어디에서 누구누구가 어떠어떠한 말을 한적이 있는데...' 라는 방식이 많은데 - 이러한 서술방식은 저자의 다른책에서도 수없이 발견된다 - 이는 과학분야의 교양서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박사학위 논문을 들이대는 격이라서 어렵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들 뿐만 아니라 논의를 다소 산만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 대목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의 저작들 역시 이러한 방식을 만만치 않게 동원하고 있음에도 독자에게 어려움을 주거나 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퓰리처 상을 타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저자를 공격하는 말만 해서 미안히기는 한데, 제대로 된 과학자를 몇명 알지 못하다 보니 저자에게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자꾸만 요구를 하는 것 같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비단 자연과학을 하는 과학자 뿐만 아리라 모든 학문을 하는 많은 수의 학자들은 '모르는 것은 모두 신의 뜻으로'라는 식의 비겁하고도 나약한 태도를 켤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도킨스와 같은 선봉장이 반드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