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부일체 - 기술사업화 퍼즐을 맞추다 기업 성장 전략 시리즈 1
박수기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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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한다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황일 땐 더욱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창업자가 그렇게 늘어나도 성공하는 기업은 점점 찾아보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기업의 대표라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

<기사부일체>(박수기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는 신생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경제경영 분야 책이다. 거대한 비즈니스 영역을, 알기 쉽게 이야기책으로 엮어 일반 경영서적과는 느낌이 달랐다.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창업을 일궈내는 과정을 함께함으로써, 마치 내가 창업을 해서 어려움에 빠지고 극복하는 과정을 지나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인적자원 그리고 브랜드와 역량을 갖춘 회사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잘못 찾으면 언제나 실패할 수 있다.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고객이 원하는가' 여부를 찾아내는 일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확신에 찬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곳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아이템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인사이트가 뛰어난 사업가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중용>을 인용하여,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기업 대표로서의 자세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건 따로 메모를 해두고 보면 좋을 만큼, 글줄마다 꼭 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또한, 제품 개발 시에도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문화'에 대해 주목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문(문)-사(史)-철(哲)이 기업에도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강조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소기업은 핵심 역량을 확보하고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핵심 역량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느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핵심 역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도 확보해야 한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비교적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술술 넘어가는 것은 한국전자라는 기업의 시작과 어려움을 세세하게 기술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함께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설턴트인 박정수 대표가 중간중간 해주는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에는 정부지원사업 편람이 있어, 현재 사업체를 운영 중이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 부분별로, 아니면 분야별로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자료는 봤어도, 이렇게 방대한 양의 자료는 처음 보았다.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배우자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리란 생각에 이 책을 건네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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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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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작품으로 승부한다. 그리고 우리가 접하는 건 오랜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결과물로만 만나기 때문에 평소에 어떤 과정과 환경에서 작품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늘 궁금했다.

<예술하는 습관>(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은 유명 예술가들의 작업 루틴을 살펴봄으로써 그들의 업무 환경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특히,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하루를 담았기에 나에게 더 큰 울림이 있으리란 기대를 주었다. 작가, 화가, 연출가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과연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할까.

흔히 '예술가'라고 하면, 어느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미친 듯이 작업을 하고, 마침내 명작을 일궈냈다는 일대기를 연상하게 마련인데,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의 삶은 그야말로 '생활' 속 창작이었다.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매일 꾸준히 반복되는 루틴한 일상. 생각이 떠오르든 떠오르지 않든 늘 똑같은 시간에, 같은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술가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시작된다'는 서문 제목처럼, 단조롭고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명작이 탄생한다. 그런 과정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았을 뿐, 누구나 일상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내가 눈여겨봤던 점은, 일하면서 창작을 했던(지금 나와 같은 처지의 '워킹맘') 예술가들의 모습이었다. 엄마이면서, 직장인이자,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이기에, 어떤 루틴으로 작업 활동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한 여성이 아내이자 엄마, 정규직 교사로 살면서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말과 밤, 휴가를 모두 독서에 바쳐도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다.

 

오래 전임에도 워킹맘의 고민은 한결같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틈틈히 창작 활동을 해냈던 위대한 예술가가 있기에, 지금 이렇게 명작을 읽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더 좋은 작품을 일궈낼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글을 읽을 때도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 진짜 글을 써야겠다 싶을 때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아요.

 

스미스의 말처럼 '절박함', '절실함'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위대한 작품을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든다. 또한 유명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삶도 인상적이었다. 대학 때 그녀의 작품을 읽었고, 그녀의 삶이 어떠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 앉아서 관찰하듯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지만 계속 글을 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마가렛 미첼의 글 역시 어렵고 힘들게 씌여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장을 '적어도 20번' 고쳐 썼다니, 보통 집념이 아니고서는 예술을 할 수가 없구나 깨달았다.

 

 

 

수잔 손택이 갈구하던 '에너지'도 예술하는 습관을 만든 원동력이리라. 에너지, 에너지, 또 에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건네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떻게 131명이나 되는 여성 예술가의 작업실을 엿보았을까. 새삼 메이슨 커리라는 작가의 위대함도 엿보였다. '훌륭한 사람들의 루틴을 엿봄으로써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된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바쁜 일상에서도, 어떻게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위대한 명작을 남겨야만 진정한 예술가일까. 나의 반복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일상이 모여 더 큰 명작을 일궈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제목처럼 '예술하는 습관'을 우선 잡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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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청춘 3
이보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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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기준을 나이로 나누는 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마음이 청춘이면, 그 사람은 청춘이다. '청춘'의 고민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청춘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청춘3>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늘 밝고 화창한 날만 있는, 예전에 알고 있던 청춘이 아니라, 매 순간 고군분투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쨌거나, 청춘> 시리즈는 이미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에 나온 <어쨌거나, 청춘3>은 앞서 2권에 이은 직장인들의 생활 웹툰이다. 굳이 2030세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생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요즘 청춘들은 웃는 일보다 힘든 일, 슬픈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또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은 점점 많아져서 그런 듯하다. 그런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 책의 곳곳에는 청춘의 눈물과 한숨이 베어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일이 없다면, 청춘이 아니지 않은가. 웹툰답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마지막 줄이 반전이자 압권이다. 이렇게 한방이 있는 책이 바로 <어쨌거나, 청춘>이다. 공무원인 차차와 친구인 김대리, 그리고 그 주변인들이 펼쳐 가는 청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생활에 카메라를 직접 들이댄 것처럼 생생하다. 생활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이 리얼리티라고 볼 때, 이 책은 그 장점을 많이 살린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깨알 웃음거리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챕터마다 마지막에 나오는 글이다. 작가의 속마음을 일기처럼 편하게 써내려간 글이 마음에 녹아내렸다. 유려한 글 뽐내기가 아닌, 담백하지만 솔직한 글이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주인공의 엄마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홀로 딸을 키워냈고 황혼기에 접어들어 남자친구가 있는, 요즘 주변에서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엄마이다. 예전 같으면,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거북하고 불편할 수 있겠으나,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도 자신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딸에게 누를 끼칠까봐 남자친구와 헤어짐을 생각한 엄마도, 지금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나는 아무 걱정 안 한다'

결국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이 땅의 청춘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이 한 마디가 아닐까? 넘어지고 깨지고 힘들어도 충분히 넌 잘 하고 있다는 그 한 마디. 어쩌면 이 말은 매 순간을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듣고 싶은 말일 수도 있다. 누군가 등을 툭툭 치면서,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서 아무 걱정 안 한다는 말. 믿는다는 말. 이 한 마디가 위로가 되는 걸 보면, 잔잔하지만 엄청난 공감을 주는 웹툰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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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편집장 - 말랑말랑한 글을 쓰기는 글렀다
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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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란 잡지를 좋아한다. 지하철 입구나 거리에서 판매하는 걸 우연히 구매했는데, 그걸 파는 사람이 홈리스고, 잡지 수익금의 상당 부분이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데 쓰인다고 했다. 그리고 TV에서도 (다큐 3일이었던가) 홈리스 판매원의 3일을 본 적이 있기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매번은 아니어도 틈날 때마다 구매를 해서 보곤 했다. 그저 '착한 일'에 나도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구매했지만, 실제로 <빅이슈>를 보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기사가 많아서 만족했다.

 

<나쁜 편집장>(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은 <빅이슈>의 박현민 편집장이 쓴 에세이로, 편집장으로서의 고민과 보람, 그 외 다양한 경험을 일기처럼 편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내가 자주 보는 그 <빅이슈>의 편집장이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왜, <나쁜 편집장>일까.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왜 이렇게 제목을 붙였는지 알게 되었다. '착한 잡지를 만드는 나쁜 편집장'. '착한 일'에 숨어서 대충 만드는 잡지 말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나쁜 편집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나 할까.

 

한 달에 두 번. 격주간지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너무 어려운 일이다. 월간지도, 격월간지도 잡지사는 전쟁터가 된다고 들었는데, 격주간지라면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인력이나 자본이 풍부해서, 여러 팀을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그 어려움은 보지 않아도 불보듯이 알 수 있다. 그런 잡지를 '빵꾸 없이' 꾸려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가 더 위대하게 보인다. 한 권의 잡지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지... 과연 숨쉴 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 인생이 보였다.

 

 

 

그래도 그 '바쁨' 사이에서도 박현민 편집장이 놓치지 않는 게 '어떻게 하면 홈리스 판매원의 수입원을 더 높여줄 수 있을까'라고 하니, 이건 <빅이슈> 편집장이기에 추가된 또 하나의 고민일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데에도 머리가 터질 텐데, 홈리스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고민도 어마어마할 터. 하지만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분명 저자가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로 맡을 수 없는 중책으로 보였으니까.

 

 

 

<나쁜 편집장>을 읽으면서 좋았던 건, 글의 첫 문장과 삽화였다. 오랜 기자 생활과 잡지 편집장으로서의 연륜이 담긴 '글맛'이 좋았다. 첫 문장의 임팩트가 끝까지 살아 있어서 몰입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친구인 이용혁 디자이너가 그렸다는 손그림 역시, 이 책이 갖고 있는 '날것'의 느낌과 잘 맞았다.(에필로그에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 것을 보고 신기할 정도)

 

  

예전에 직장을 다니면서 지하철 출구에서 자주 접했던 <빅이슈>를, 내가 퇴사 후 3년 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오면서 내 동선에는 <빅이슈>가 없었다. 이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고, 회사 앞 지하철역에 파는 <빅이슈>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리고 때마침 회사에 돌아오게 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한 달에 두 번 나오는 이 잡지를, 꼭 사서 보겠다는 결심. 그게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데 쓰여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잡지 자체로서의 콘텐츠도 훌륭하니까. 게다가 나는 <빅이슈> 편집장이 쓴 책까지 읽었으니, 마음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듯하다.

 

<나쁜 편집장>이 만드는 <빅이슈>를 계속 보고 싶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좋고 나쁨을 가르는 취향, 옳고 그름을 가늠짓는 가치관, 그 밖에 모든 다양한 사고들이 복잡하면서도 그 나름의 원칙을 가진 채로 얽혀 있는 미지의 공간. 인간의 삶이란 자신의 우주를 탐험하면서 평생토록 그것을 확장 혹은 축소하는 일련의 과정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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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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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라.

우리가 '맵'에 던지는 미션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맵은 항상 '최단경로'를 안내해 준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는 '맵'에 잡히는 그 사람의 노드(node)를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큰 이야기 줄기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책의 중간까지 등장인물의 '끊김' 또는 '생각의 버퍼링' 때문인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난 후, 전체적인 그림이 떠오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혜서는 그 뒤로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까, 애영은 안락사를 택했을까, 마이레는, 진혁은?

 

 

 

그는 짧게 자기소개를 한 다음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저 점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너무 뻔한 질문이라 오히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새 그가 두 점을 직선으로 이었다. 이걸 모를 줄은 또 몰랐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다 알 텐데. (중략)  아이가 엄마한테 뛰어가는 걸 보면 저렇잖아요. ..기계들도 마찬가지예요.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31

시작은 라디오 피디인 '혜서'가 전임자인 '진혁'이 남겨놓은 트랙에서 '어떤 소리'를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진혁과 같은 계정을 쓰게 되면서 그가 '예상 밖 경로'로 이탈한 것을 보고 의문을 가지며, 그 뒤를 쫓아가게 된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아니면 뭔가 숨어 있는 다른 감정이 있었던 걸까?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애영이 왜 다미안의 프로그래밍 코드 수업을 듣는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혜서는 왜 전임자인 '진혁'의 발자취를 따라 암스테르담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하지만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나서 "아하~"라며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왔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현재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언뜻언뜻 보였다. 가령, 이런 구절.

 

 

 

개인을 어떤 집단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 그리하여 그를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란 그 당연한 사실을 어떻게 해야 당연한 걸로 알아먹게 할지 매번 피로했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33

개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의 일부'로 치부하고, 그 집단의 프레임을 씌워 버리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 사람의 배경과 소속을 보고 그 사람은 어떠할 것이라는 단정을 짓는 것에 익숙하니 말이다.

 

내가 <최단경로>를 읽으면서 방점을 찍은 곳은, 눈물샘이 터진 곳은, 희한하게도 안락사 심사관에게 애영이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털어놓을 때였다.

 

아이에게 말해줘야 하거든요.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완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줘야 해요. 아이한테는. 그러려면 배우는 수밖에 없어요. 내 아이는 어쩌면 손을 들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이죠. 나한테 미안해할지도 몰라요. 또 우리 엄마는요.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나는 배우고 죽어서 아이랑 엄마한테 얘기해줘야 해요. 그런 게 아니라고. 그게 그런 게 아니라고. 내 아이는 그걸 모른단 말이에요.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123

엄마와 아이를 동시에 잃은 엄마의 절규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 와중에 공부를 할 정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같은 엄마로서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애영의 마음이 느껴져서 애잔하고 가여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아이와 엄마를 위해, 어떻게 당신들이 죽었는지 최선을 다해 설명하기 위해 배운다는 것.

 

이 부분에서 책에서 잠시 눈을 뜨고 멍하게 있던 건, 하필 이 책을 읽고 있는 오늘이 엄마의 10번째 기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건강해지리란 믿음 하나로 버티다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아무것도 모르고 갑자기 떠난 엄마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쳤다. 그리고 자살 혹은 안락사를 선택지로 둔 애영의 심정도 너무 크게 공감이 갔다. 사실, 소설 전체를 놓고 볼 때 많은 사람들의 방점은 여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여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많은 여운을 남겨둔 채 마지막 장을 닫게 되어서, 여전히 '맵'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노드'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남겼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의 여운도 오래 남는다.

 

 

 

무엇이건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그 앎에 갇히고 만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상실했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162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최단경로>.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 있는 반면에, 뚝뚝 끊어서 읽어야 할 소설도 있다. 이 책은 후자이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해준다. 라디오 방송의 히든 트랙으로 '아기 옹알이'를 심어놓은 진혁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애영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되는...공감과 울림이 큰 소설 한 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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