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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평점 :

예술가는 작품으로 승부한다. 그리고 우리가 접하는 건 오랜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결과물로만 만나기 때문에 평소에 어떤 과정과 환경에서 작품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늘 궁금했다.
<예술하는 습관>(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은 유명 예술가들의 작업 루틴을 살펴봄으로써 그들의 업무 환경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특히,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하루를 담았기에 나에게 더 큰 울림이 있으리란 기대를 주었다. 작가, 화가, 연출가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과연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할까.
흔히 '예술가'라고 하면, 어느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미친 듯이 작업을 하고, 마침내 명작을 일궈냈다는 일대기를 연상하게 마련인데,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들의 삶은 그야말로 '생활' 속 창작이었다.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매일 꾸준히 반복되는 루틴한 일상. 생각이 떠오르든 떠오르지 않든 늘 똑같은 시간에, 같은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술가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시작된다'는 서문 제목처럼, 단조롭고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명작이 탄생한다. 그런 과정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았을 뿐, 누구나 일상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내가 눈여겨봤던 점은, 일하면서 창작을 했던(지금 나와 같은 처지의 '워킹맘') 예술가들의 모습이었다. 엄마이면서, 직장인이자,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이기에, 어떤 루틴으로 작업 활동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한 여성이 아내이자 엄마, 정규직 교사로 살면서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말과 밤, 휴가를 모두 독서에 바쳐도 글을 쓰기에는 부족하다.
오래 전임에도 워킹맘의 고민은 한결같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틈틈히 창작 활동을 해냈던 위대한 예술가가 있기에, 지금 이렇게 명작을 읽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더 좋은 작품을 일궈낼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글을 읽을 때도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 진짜 글을 써야겠다 싶을 때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아요.
스미스의 말처럼 '절박함', '절실함'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위대한 작품을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든다. 또한 유명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삶도 인상적이었다. 대학 때 그녀의 작품을 읽었고, 그녀의 삶이 어떠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 앉아서 관찰하듯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지만 계속 글을 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마가렛 미첼의 글 역시 어렵고 힘들게 씌여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장을 '적어도 20번' 고쳐 썼다니, 보통 집념이 아니고서는 예술을 할 수가 없구나 깨달았다.

수잔 손택이 갈구하던 '에너지'도 예술하는 습관을 만든 원동력이리라. 에너지, 에너지, 또 에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건네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떻게 131명이나 되는 여성 예술가의 작업실을 엿보았을까. 새삼 메이슨 커리라는 작가의 위대함도 엿보였다. '훌륭한 사람들의 루틴을 엿봄으로써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된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바쁜 일상에서도, 어떻게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위대한 명작을 남겨야만 진정한 예술가일까. 나의 반복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일상이 모여 더 큰 명작을 일궈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제목처럼 '예술하는 습관'을 우선 잡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