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 - 처음과 끝의 계절이 모두 지나도
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쓸쓸한 계절이 지나는 길목에서 마음이 촉촉해지는 감성 에세이 한 권을 만났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동그라미 작가의 에세이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동그라미(김동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2018)이다.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작가 몇몇을 팔로잉하고 있어 메마른 마음에 감성을 충전하곤 한다. 동그라미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라 책이 나온 걸 보고 무척 반가웠다.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별해서 힘든 과정들이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써져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지나친 은유, 비유가 아니어서 더 와닿는다. 진심으로 느껴진다. 사랑의 기쁨도 매우 진지하게 느껴졌고, 헤어짐의 슬픔도 한층 승화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른의 사랑'처럼 느껴진 이유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침표가 맨 마지막에만 찍혀 있고, 수많은 문장이 마침표 없이 쭉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숨쉴 틈 없는 작가의 혼란스런 마음을 반영한 걸까. 처음엔 어색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독자인 나의 호흡대로 알아서 끊어서 읽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조금 많이 울었다
네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네가 내 사람이라는 사실에
우리 헤어져도 결혼은 하자
'우리 헤어져도 결혼은 하자'니, 모순 속에 감춰진 동그라미 작가의 섬세함이 보인다. 혹시나 헤어지게 되더라도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랑에 빠져서 황홀한 것보단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걸 보니 마음 한켠이 먹먹해진다.

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하듯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구질구질하게 붙잡아볼걸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걸
나는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데
너는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사랑을 물었고
너는 이별을 답했다

중간에 이런 느낌의 일러스트가 함께 나와서 글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이 장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바로 내가 딱 이 장면처럼 이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스틸사진처럼 각인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보게 되니 옛 감정이 꿈틀꿈틀 살아난다. 감성 제로였던 내 마음밭에 비가 내린다.
청춘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 환희와 슬픔을 함께 공감하며, 감성은 물리적 나이와 관계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줄 감성 에세이를 보고 싶다면 <아직 사랑이 남았으니까>를 한번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