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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이벤 아케를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3월
평점 :

2016년 노르웨이 올해의 최고 아동문학상 수상.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의 타이틀은 화려했다. 그래서 더 기대됐다. 그리고 책이 술술 잘 읽히며 마지막 책장을 닫았을 땐 아동문학이지만 어른인 내게 말하는 것처럼 생각을 오래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아만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새로 전학온 친구인 라스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담임선생님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다만, 라스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 나와는 다른 부류의 친구라는 것 때문에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라스와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나쁜 친구(?)인 안나와 크리스티나의 계략에 빠지지만 않았더라면.
안나와 크리스티나가 '정신박약아들의 세계'라는 비밀 블로그를 운영하고, 거기에 라스와 나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담긴 사진을 놀림감으로 올려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악의 딜(?)을 통해 내 자신을 내리고 라스의 사진을 그애들에게 건네주며 일은 점점 커지게 된다. 결국 돌이키지 못할 실수로 라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게 되었고, 나중에 진정한 사과를 통해 다시 친구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큰 스토리는 이렇게 흘러가고, 중간에 심리를 묘사하는 것, 비유하는 것에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다. 작가인 이벤 아케를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나서 특수교육학을 공부하며, 배우로도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감성이 풍부하고 마음을 읽어내는 표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가족은 피를 나눈 사람입니다.
친구는 당신이 직접 선택한 가족 같은 사람입니다.
친구는 단 한 번만 선택할 수 있으며 그 관계는 되돌릴 수 ㅇ벗습니다.
비록 봄이 온다 할지라도
꽃잎이 지고 생명이 사라져 버릴 때가 있습니다.
한 번 잃어버린 것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습니다.
아만다, 사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그 진실된 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단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껏 왕따를 주도하고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의 얼굴이 이렇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거울을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사람의 얼굴은
여러분과 나처럼 무척이나 평범합니다.
여러분들도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혹시 당신도 왕따를 주도하거나 모른 체 한 적이 있는
나쁜 사람이었는지.
아만다가 그렇게 그리던 아담과의 사랑이 이어지는 걸로(스포일러?) 마무리되면서, 책은 여러 과제를 두고 끝난다. 이건 어린이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왕따의 가해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괴롭힘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학교 생활이든 사회 생활이든, 어디에든 적용해볼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아동문학은 아이도 어른도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