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책을 읽을 때 신경질이 났다.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같은 느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작가도 이 소설을 쓰는데 4년이나 걸렸으며 괴로워하면서 썼다고 하는데 독자인 나도 읽을 때 꽤나 괴로웠다. 이 소설은 실제있었던 사건을 소설화한 작품이기에 사실주의, 자연주의 흐름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사회적으로 문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법정에까지 갔을 정도였다는데 어찌보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소설로 옮긴 것이니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한 여자의 정조를 도마위에 올리는 드라마를 통해서 결혼 후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서 많이 접했기에 이제는 그런 일들이 충격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시대 그런 여성을 그려냈다는 것이 놀랍다. 고전의 묘미는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 지금까지 우리들의 마음에 닿아있다는데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시골 의사 부인인 보바리 부인이 두 명의 애인을 두었었으며 고리대금업자인 뇌르로 인해서 남편 몰래 재산을 모두 낭비하고 끝내는 많은 빚을 갚지 못해서 자살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녀가 죽고 나서 남편이 부인의 외도를 알게 되고 부인이 남긴 빚을 갚지 못해서 비참하게 죽게되었으며 남겨진 그들의 아이가 공장으로 가게되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들의 잘못이 결국 아이에게 어떤 댓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여주면서 도덕적 교훈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처음 그녀의 모습은 정말 완벽했다. 도시여성같은 품위와 맵시, 아름다움, 알뜰살뜰하게 가정을 꾸미며, 손님대접을 잘 할 줄알고 책을 많이 읽는 여성. 난 전업주부 5년차이지만 아직도 집안일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을 잘해냈다니 감탄스러웠다. 반복적이고 계속되는 집안일과 시골의 한가로움은 그녀를 권태롭게 했을 것이다. 도시의 화려한 삶을 열망하고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가 남보다 강한 그녀가 그녀의 어여쁜 외모로 인해서 남자들의 유혹에 넘어갔다. 그것도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랑을 하며 불륜을 저지르지만 그녀는 당당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고리대금업자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점점 돈을 더 많이 썼고 그 돈은 갚을 수조차 없이 커져버렸던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드라마 <쩐의 전쟁>을 보는 것 같았다. 돈이 필요한 그녀는 궁지에 몰려 애인들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녀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도대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건 무엇일까? 남편과 대화가 되지 않고 남편은 어떠한 취미도 없다고 나온다. 반면 그녀는 음악에서 관심이 많고 피아노 치기를 즐기며 소설읽기를 좋아하고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사람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는 정말 한시도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그냥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여성은 어설프게라도 교육 받지 말아야하고 남편에 복종해야하며 쓸데없는 지식은 금물이며 가정일에 충실하면 된다라는 암묵적인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녀의 잘못은 그녀가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녀가 책을 많이 읽어서 비롯된 것도 아닌데 책 중간중간에 시어머니가 보바리 부인이 책을 많이 읽어서 저렇게 되었으니 책을 읽지 못하게 하라는 말을 할때 부아가 치밀었다. 아마 경제적 파탄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보바리 부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남편에게 안짱다리 시술을 하게 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이성을 의심했다. 나 또한 내 남편의 생각을 종용하고 나의 어리석은 생각을 남편에게 주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했던 부분이었다. 불썅한 샤를르는 그 사건 속에서는 어떠한 감정을 비치지 않았다. 나는 남편인 샤를르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답답했다. 이 소설에서는 남편은 완전히 소외되어있다. 거의 자고 있거나 일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이 든다. 그의 소극적인 대처가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그녀로 인해서 겪는 고통이나 고민같은 속내를 알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다 읽고난 감정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멍청한 보바리 부인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해가 되기도 하고 둔한 샤를르같으니라고 했다가도 그가 불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