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돼지다. 그리고 또한 복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가 신랑에게 말했다. "난 돼지인가봐." 나의 욕심이 앞서고 나만 특별한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보상을 받아야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그런 나의 탐욕스러움에 소름끼쳐서 신랑에게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책이란 그저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가끔 내게 어떤 메세지가 꼭~와서 박힐 때가 있다. 그래서 뉘우치게도 되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나의 결정에 결정타가 될만한 것들이 책으로부터 온다. 물론 이 책은 스탈린을 풍자한 정치적인 배경의 책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인간의 탐욕이었다. 그리고 나의 탐욕을 읽었다. 또 나는 복서이기도 하다. 복서. 그는 누구보다 지도자에게 충실했고 우직하게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열심히 헌신한 그가 결국 도살되었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신랑과 이야기할 때마다 난 복서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을 뽑기 전에 잘 선별해서 뽑고 나면 믿고 지지해줘야하는거 아닐까?하고 우직한 나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판이나 할량치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비판을 하지 않을꺼면 그런 말도 하지말라며 말을 막곤 했다. 나같은 복서같은 스타일의 사람들은 이 사회의 득이될까? 독이될까? 여러가지 복잡한 서류와 통계로 열심히 동물들을 설득하는 모습에서 더욱 역겨워졌다. 우리는 이렇게 정치인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것이 우리에게 이렇게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인을 비판하면서 내가 해도 저 정도는 하겠다라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해도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리더로서 한 공동체를 공평하고 적절하게 통치한다는 것이 쉽지않을 것 같다. 조직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도 알수 없다. 역사적으로 잘 통치한 왕이나 대통령들을 위인이라고 추대하는 걸 보면 위인이 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권력앞에 장사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매번 뇌물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위인의 범주에 들수가 없는가보다. 분명 과거 어떤 때보다 굉장히 발전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런 질문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자유로운가? 그래서 행복한가? 우리는 평화로운가? 우리는 풍요로운가? 더 복잡해진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옮은지조차 판단이 바로 서지 않는 나. 아마도 우왕좌왕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