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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맥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은 순전히 여름이어서 시원한 맥주를 생각하며 고른 책이다.
너무 단순하지만 고전에 <케이크와 맥주>라는 이렇게 경쾌한 책제목이 있던가?하며 기대하며 고른 책이다.
주인공이 어려서 만났던 유명한 작가와 그 아내를 기억하며 써 내려간 글이다. 그 사이 사이 작가들에 대한 내밀한 심리와 비평 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반전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의 중반까지 잔잔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가는 에드워드 드리필드이다. 그의 첫번째 아내는 로지이다. 세간에서는 그녀는 술집에서 일하고 여러 남자들하고 사귀는 평판이 아주 나쁜 여자라며 험담을 이어간다. 어린 주인공은 그녀의 친절함에 그런 소문은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후에 어린 주인공은 작가가 되었고, 그의 동료인 로이가 드리필드의 자서전 대필 작가를 맡게 되면서 어릴 적 드리필드와의 추억에 대해 아는 것들을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로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녀의 애인이기도 했던 자신과 그녀의 다른 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적었다. 그녀의 또다른 애인들에 대해 질투하기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달라는 그녀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저자의 로지에 대한 묘사는 거의 숭배라고 느껴진다.
그녀는 어린애처럼 장난스럽고 짓궃은 파란 눈으로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110쪽
미소에는 내가 언제나 좋아했던 그 무엇이 있었다. 111쪽
그녀는 태양이라기보다 달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태양이라고 해도 하얀 새벽안개에 싸인 태양 같았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사랑을 찾아 나선 처녀처럼 서 있었는데 연인의 포옹이라는 대자연의 목적을 성취하려는 것이므로 죄책감은 없었다. 199쪽
글을 쓴다는 것, 작가들의 성공여부에 대한 불안, 성공하기 위한 처세, 좋은 작품은 무엇인지, 진짜 진실이 아닌 포장된 자서전에 대한 비판 등 작가의 견해를 엿 볼 수 있었다. 드리필드가 로지가 떠나고 트래퍼드 부인에 의해 포장되고 귀족에게 소개가 되는 등 그녀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고 있을 때 드리필드가 안쓰러웠다. 그는 그를 간호하던 간호사와 요양하러 떠나며 트래퍼드 부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당시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토마스 하디를 비판한 내용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쓰인 부분이 있었다.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감동적으로 읽은 내게 그를 그런식으로 비판하는 건 좀 과한 게 아닌가하고 하디의 저서 목록을 하나하나 들여다봤는데 <테스> 정도의 유명한 작품이 없었다. 그렇구나.
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
로지가 늘 사랑했던 유부남, 조지 켐프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사회에서 진취적으로 사업을 하던 그가 파산할 위기에 처하자 처자식을 버리고 로지와 미국으로 도망가 대성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은 아직도 신분에 국한을 받으며, 폐쇄적인 사회인 반면 미국은 조지 켐프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던 모양이다.
여러 남자들이 원했던 로지도 차지하고 성공도 했으니 조지 켐프가 어떤 사람일지 너무 궁금해서 후속작은 조지 켐프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신사가 남이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돈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로 했다.112쪽
책 제목 <케이크와 맥주>는 끝내 무슨 뜻인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책 뒷면에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에 "자네가 도덕적이라고 해서 케이크와 맥주가 더는 안 된단 말인가?"라는 대사에서 나왔다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물질적 쾌락, 삶의 유희라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이 책이 로지에 대해 우호적인 책인걸 보면, 주인공은 <케이크와 맥주>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