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품을 뜨올리면서 영어까지 익히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랬다.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대사를 몇 번이고 돌려 보면서도 정확한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 간극을 메워 준다.라이언 박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작품을 즐기는 시간과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정식 라이선스를 맺고 공식 대본을 그대로 가져와 300문장을 추렸다.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하는 말부터 백스테이지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위기 앞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말까지 스토리 순서대로 배치해 두었다. 각 파트마다 빈칸 채우기와 복습 대화문이 있어서 그냥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입으로 내뱉게 만든다. 원어민 음성파일까지 들어 있어서 따라 말하는 연습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대사가 단순한 예문이 아니라 캐릭터의 관계와 감정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A thousand percent”처럼 과장된 리액션이나 “I’m done hiding”처럼 마음을 여는 말, “We’ll get through this”처럼 서로를 붙잡는 문장들이 장면과 함께 기억된다. 문장만 따로 외우면 금방 잊히기 쉬운데, 루미와 진우가 옥상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상황 자체가 분명하니 훨씬 오래 남는다. 특히 지쳤을 때 휴식을 요청하는 표현이나 무례한 상대에게 선을 긋는 말처럼 실생활에서도 바로 쓸 수 있는 구어체가 많아서 도움이 됐다.이 책을 통해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제 애니메이션 대사를 매개로 한 생생한 영어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즐거움이다. 대사의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하면 캐릭터의 속마음이나 팀의 위기, 적대 관계를 넘어선 유대가 한층 선명해진다. 영어를 따로 공부한다는 부담 없이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보는 과정에서 표현이 조금씩 몸에 붙는 구조라서 꾸준히 하기가 수월하다.케데헌을 이미 좋아하거나 최근 본 사람, 애니메이션으로 영어를 익히고 싶었는데 체계가 없어서 아쉬웠던 초중급 학습자에게 잘 맞는다. 디즈니나 픽사 스크린영어 시리즈를 통해 라이언 박의 방식을 경험해 본 독자라면 익숙한 느낌으로 새로운 소재를 만날 수 있다. 한 파트씩 천천히 따라가면서 음성파일을 듣고 쉐도잉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크다. 작품을 반복해서 보면서도 대사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쉬웠던 사람, 또는 영어 회화를 재미있게 이어 가고 싶었던 사람에게 실용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