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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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스페인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그라나다의 알람브라에서 시작해 론다의 절벽 위 마을을 지나 세비야로 내려가고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를 거쳐 마드리드의 프라도와 소로야에 닿는 여정이다. 사진이 크게 실려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시의 빛과 문양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글은 핵심만 꾹 눌러 담아 두었다. 그래서 설명을 읽기보다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느낌이 강하다.

백인필작가님은 어린 시절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앞에서 멈춘 동경이 결국 스페인으로 이끌었고 그 길을 도슨트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예술을 한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말하면서 알람브라의 이슬람 문양에 새겨진 나스르 왕조의 황혼과 가우디가 자연과 신앙을 건축으로 옮긴 마음 그리고 프라도 왕실 소장품 뒤에 가려진 어둠까지 도시의 시간에 겹쳐 읽는다. 석류를 천국의 과일로 여긴 그라나다에서 론다의 협곡을 내려다보고 세비야의 히랄다 탑이 이슬람과 기독교를 동시에 품은 이유를 지나치면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왜 서두르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마드리드에서는 소로야가 자신의 집과 정원을 직접 설계한 이유를 빛의 화가라는 별칭 너머로 본다.

책을 덮고 나서 가우디 전시와 스페인 미술 500년 전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신사하우스에서 열리는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는 원본 노트와 도면, 타일 모델을 통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성되기까지 이어진 그의 생각을 가까이서 보여준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페인 미술 500년 빛과 어둠의 연대기는 뉴욕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소장 원화 95점으로 엘 그레코부터 벨라스케스, 고야, 소로야까지의 흐름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책을 먼저 읽고 전시장에 가면 알람브라의 문양과 가우디의 곡선, 프라도의 거장들이 사진 속의 장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작품으로 다가올 것 같다.

독자는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거장들의 시간이 새겨진 도시를 함께 걷는 경험을 얻는다. 큰 사진과 절제된 글이 만나면서 아는 만큼 보이는 스페인이 아니라 보이는 만큼 더 알고 싶어지는 스페인이 된다.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알람브라의 붉은 성채와 가우디의 곡선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실제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이미 한 번 다녀온 듯한 감각이 남는다. 그리고 그 감각을 서울의 전시장에서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더 가까이 붙들게 한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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