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사회 - 미래를 읽는 8개의 렌즈
김치훈 지음 / 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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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날, 몽골의 밤하늘에 셀 수 없는 빛을 보았다. 나중에 그 빛 하나하나가 은하라고 알게 되었는데, 나의 기억을 한 칸 수정해야 한다. 맨눈으로 쏟아지던 점의 거의 전부는 우리은하, 곧 은하수 안에 있는 별이다. 은하를 통째로 맨눈에 담을 수 있는 경우는 안드로메다처럼 드물다. 그런데 그 착각이 오히려 규모의 핵심을 건드린다. 우리은하도 바깥에서 보면 하나의 희미한 빛이고, 보이저가 남긴 창백한 푸른 점은 그 빛 안의 먼지보다 작다. 지구가 있는 자리를 별이라고 부르려면, 보는 자리를 은하 밖으로 옮겨야 한다. 규모 자체가 다르다.

김치훈의 『SF와 사회: 미래를 읽는 8개의 렌즈』는 그 자리를 옮겨 보자는 책이다. 상명대에서 디지털만화영상과 첨단예술융합을 가르치는 그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현장을 거친 뒤, 만화 속 인공지능을 읽던 시선을 사회 전체로 넓힌다. 그가 전하려는 것은 미래 예측이 아니다. SF의 상상은 언제나 현재에서 출발하고, 기술은 누구를 위해 발전하며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우리는 어떤 오늘로 내일을 고르는가. 표지의 군중이 프리즘을 통과한 빛과 나란히 놓인 이유도 같다. 한 줄기 기술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른 사회가 된다.

여덟 렌즈는 그래서 작품 안내가 아니라 질문의 도구다. 산업혁명의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면, 오늘의 인공지능은 지적 노동까지 건드리는데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진보는 같은 속도로 가지 않는다. 웰스의 우주 전쟁에서 화성인의 침략은 유럽 열강의 얼굴로 읽히고, 멋진 신세계와 타임머신은 규격화된 삶과 계급의 끝을 보여 준다. 전 지구적 불임 앞에서 원인을 이민자에게 돌리는 세계는, 문제를 안에서 찾지 않고 밖의 적으로 만드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경고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적도 동지도 아니며, 성장이 곧 풍요는 아니다. 인간이 만든 체제 안에서 인간이 굶주린다면 그것은 숙명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결과다.

영화와 사회의 연결이 좋은 이유가 여기 있다. 스크린의 재난과 로봇과 가짜 얼굴은 볼거리로 끝나지 않고, 기후와 인구절벽, 딥페이크와 가상현실, 국가를 삼킨 기업으로 되돌아온다. 우주 개발도 더 멀리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책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우주로 나아가는가. 자원인가, 또 다른 정복인가, 지구에서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성찰인가. 아바타의 판도라를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나와 너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살 설계를 할 것인가.

몽골의 밤이 말해 준 것도 그 마지막 문장과 같다. 우리는 지구인이자 우주인이다. 우리은하 안의 먼지 위에서 사는 존재이면서, 그 먼지가 어떤 제도를 택하는가에 따라 다음 세계를 만드는 존재다. 독자가 얻는 것은 작품 목록이 아니다. SF를 보던 눈이, 그 상상이 어느 불안과 욕망에서 나왔는지를 묻는 눈으로 바뀐다. 책을 덮으면 한 가지가 남는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오늘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는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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