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장이 아파본 사람은 공부를 시작한다. 왜 배가 무거운지, 왜 머리가 흐린지, 왜 피로가 안 풀리는지. 식탁 위의 염증은 그 공부의 출발점을 약봉지에서 밥상으로 옮기는 책이다.저자가 전하려는 말은 분명하다. 만성 염증은 큰 병의 배경이고, 그 불씨는 매일 올리는 음식에서 자란다. 초가공식품과 첨가당, 치우친 기름은 불을 키운다. 색깔 있는 식물과 섬유질, 발효음식은 불을 줄일 수 있다. 장은 그 불이 머무는 집이다. 장과 뇌는 신경과 면역으로 이어져 있어 배의 소란이 기분과 잠까지 건드린다.다만 절대 원칙이라는 말 앞에서 멈춰야 한다. 같은 식단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내 몸으로 하나씯 테스트해야 한다. 바꾸는 중에 몸이 나빠지면 바로 멈추고 이전 식생활로 돌아간다. 정보를 맹신하지 않는다. 책은 나침반이지 선고가 아니다. 음식만 바꿔도 질병이 사라진다는 문장은 희망이지, 모든 몸에 해당하는 보증이 아니다.나는 읽고 나서 편의점에 갔다. 평소 집던 초가공식품이 선반에 그대로 두었다. 손이 가지 않았다. 생수 하나를 들고 나왔다. 대단한 결심이 아니었다. 입에 들어갈 음식을 고르는 눈이 조금 생긴 것뿐이다.독자가 얻는 것도 그 눈이다.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다음 끼니에서 불을 조금 줄이는 선택. 그 선택이 반복되면 장이 조금 고요해지고, 고요한 장은 머리에도 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