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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 이후 - 빅터 프랭클이 남긴 인생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이 남긴 네 편의 소중한 글과 강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46년 프랑스 오스트리아 대학 연합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실존분석과 시대적 문제들부터, 1955년 빈 의학 주간지에 기고했던 집단 신경증에 관하여, 1977년 캐나다 방송 인터뷰인 살아 있는 인간 빅터 프랭클,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84년 도른비른에서 했던 강연 덧없음의 극복까지, 약 40년에 걸친 그의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미 그의 사상을 다룬 수많은 글이 세상에 나왔지만, 사후에 발굴된 이 네 편의 글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새롭고 현대적입니다. 최신 학제 간 연구 경향과도 완벽하게 맥을 같이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빅터 프랭클은 사후에 전해진 이 네 편의 글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가장 먼저 그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길을 잃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실존적 공허와 집단 신경증을 날카롭게 진단합니다. 대책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태도, 유전자나 환경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숙명론, 그리고 대중 속에 숨어 군중심리에 휩쓸리거나 타인을 맹목적으로 배척하는 광신주의를 강하게 경고합니다. 요즘 우리가 SNS나 미디어 속에서 흔히 목격하는 집단적 과열 국면이나 확증 편향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프랭클은 이 영혼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에게 질문의 방향을 통째로 바꾸라고 촉구합니다.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세상에 수동적으로 묻지 말고, 반대로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내가 어떤 태도로 응답하고 책임질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것이죠. 그는 역사적인 학살의 현장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처와 상실감 역시 저마다의 아우슈비츠라고 말하며 우리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비극 속에서도 나만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가 인간에게 있음을 역설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삶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얻게 됩니다. 죽음이나 시간의 흐름을 허무한 소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낸 순간들과 선택한 태도들이 과거라는 창고에 영원히 안전하게 저장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또한 억지로 행복을 추구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언가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기 초월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참된 평온을 배우게 됩니다.
빅터 프랭클은 지금 봐도 너무나 현대적입니다. 그가 수십 년 전에 던진 화두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범람하고 인간의 실존이 흔들리는 2026년 현재에도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입니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와 불안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의 한복판을 향해 날카롭게 걸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그 거대한 실존적 용기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