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섬의 평화로운 풍경을 담은 영상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건축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러다 건축 전문 여행사인 어라운드트립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 눈길을 끈 건 의외의 상품이었습니다. 바로 북촌 건축 기행이었어요. 처음엔 조금 의아했습니다. 경복궁처럼 웅장한 역사적 유적지도 많은데 왜 하필 북촌일까 싶었거든요. 여행 정보를 봐도 마음 한구석이 시원하게 채워지지는 않았습니다.하지만 천경환 작가의 북촌 건축 기행이라는 책을 펼치는 순간 그동안 느껴졌던 거리감이 단번에 좁혀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북촌이라는 공간을 낯선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무대로 다시 보게 해줍니다.**건축가의 시선으로 걷는 북촌의 속살**저자인 천경환 건축가는 북촌 계동에 자리를 잡고 매일 그 골목을 오가며 발견한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은 마치 미술관에서 다정한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작가가 안내하는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북촌은 단순히 박제된 한옥 마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서동과 안국동부터 삼청동과 가회동 그리고 계동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19곳의 공간을 조명합니다. 그곳에는 건물을 지은 사람의 의도와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흔적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이야기로 이어지는 건축가의 영생**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건축가는 건물을 남김으로써 영생을 누리는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리적인 건물은 시간이 흐르면 낡고 변할지 모르지만 그 공간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와 손때가 또 다른 사람의 입과 기억을 통해 전달되니까요. 다른 이의 눈과 기억이 나의 것과 겹쳐지는 그 신비로운 경험이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작가는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세밀한 관찰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떤 창문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담벼락의 높이가 왜 낮은지 같은 사소한 디테일을 통해 도시를 읽어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북촌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독자에게**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 이제 정말 북촌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이죠. 단순히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품은 이야기들을 직접 마주하러 가고 싶어집니다.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단순히 예쁜 사진이 담긴 여행서를 읽는 것을 넘어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공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북촌행 예약이 잡히는 날 저는 이 책을 다시 한번 꺼내 들 생각입니다. 그때는 책장 속의 글자들이 북촌의 골목길에서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겠지요. 여러분도 이 책과 함께 북촌이라는 이야기 주머니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