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 탁실라에서 본 간다라
박동희 지음 / 소장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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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서라벌의 공기를 마시며 사는 나에게 파키스탄의 고대 도시 탁실라는 낯선 이국땅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옆 동네‘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박동희 저자의 『간다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주와 그 먼 거리의 탁실라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서라벌에서 탁실라를 보다: 변방이 피워낸 글로벌 표준.

우리는 흔히 신라를 한반도 끝자락의 작은 나라로 기억하지만, 사실 당대 신라는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당당한 종착역이었습니다. 간다라 역시 마찬가지였죠. 인도의 북서쪽 변방이었던 간다라가 그리스의 조각술과 인도의 불교 철학을 버무려 ‘불상‘이라는 세계적 표준을 만들어냈듯, 신라 역시 외래 문화를 주체적으로 흡수해 석굴암이라는 불교 예술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경주의 석굴암 본존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간다라 불상의 유려한 옷주름과 사실적인 체취가 느껴집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척박한 변방에서 오히려 가장 개방적인 태도로 ‘문화적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두 지역의 닮은꼴 DNA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알고 갔을까?˝ 파미르고원을 넘던 불교승들의 역경.

당시 불교승들은 간다라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간다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부처의 법이 살아 숨 쉬는 ‘성지‘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혜초, 현장법사 같은 선구자들이 남긴 기록(왕오천축국전, 대당서역기 등)은 당시 승려들에게는 오늘날의 구글 맵과 같은 정교한 가이드북이었습니다.
당시 ‘총령(葱嶺)‘이라 불린 파미르고원은 해발 4,000~5,000m의 고산 지대로, 산소 부족과 살을 부비는 추위가 도사리는 지옥의 구간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험준한 산맥을 넘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진리‘라는 원천 소스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그 산을 넘으면 거짓말처럼 비옥한 분지와 찬란한 불교 도시 탁실라가 나타난다는 믿음이 그들을 걷게 했습니다.

탁실라와 경주, 두 도시의 연결성.

탁실라는 동서양의 모든 지혜가 모이는 ‘대학의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경주는 그 지혜가 실크로드를 타고 흘러 들어와 완성된 ‘불국토의 도시‘였죠.
박동희 저자는 탁실라의 유적지 구석구석을 훑으며, 그곳의 돌 하나, 불상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경주 박물관에서 보았던 서역 무인상의 얼굴이나 로만 글라스가 사실은 이 험난한 파미르고원을 넘어 탁실라를 거쳐 온 평화의 메신저였다는 사실을 책은 증명해 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독자는 단순한 역사 지식 그 이상을 얻게 합니다.
*지평의 확장. 내 집 앞 경주 남산의 돌부처가 사실은 저 멀리 파키스탄, 더 나아가 그리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거대한 세계관을 갖게 됩니다.
*융합의 지혜. 서로 다른 것이 만날 때 갈등이 아닌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는 간다라의 교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통찰을 줍니다.


​간다라라는 지역은 이 거대한 산맥들이 충돌하고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 장엄한 산맥들 사이의 계곡을 지나면, 비로소 **탁실라(간다라)**의 입구에 독자들을 다다르게 될것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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