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제국의 미래 - 전기차·탄소중립 시대에도 끝나지 않은 석유의 지배력
최지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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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본질을 관통하는 ‘석유’라는 렌즈.

시장은 언제나 작용과 반작용,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공포라는 세 가지 축에 의해 움직인다. 이 거대한 파동의 중심에는 항상 ‘석유’가 있었다. 최지웅의 『석유 제국의 미래』는 단순히 에너지 자원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이 책은 석유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해석하며, 그 거대한 흐름이 어떻게 우리네 삶(테헤란로, 중동 특수, 조선업과 전기차)과 포트폴리오에 스며들었는지를 추적한다.

제국주의적 담합: 루스벨트의 ‘스케치’와 가쓰라-태프트 밀약.

작가는 이 책에서 194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한다. 백지에 중동 지도를 그리며 영국 대사에게 “이곳은 당신들이, 저곳은 우리가 갖는다”라고 제안한 ‘영미석유협약’의 배경은 소름 돋을 정도로 냉혹하다.
이는 1905년 미국이 필리핀을, 일본이 대한제국을 상호 묵인하기로 했던 ‘가쓰라-태프트 밀약’ 과 그 궤를 같이한다. 당사국들의 주권은 안중에도 없는 강대국들의 ‘영업 구역’ 정하기는, 지정학적 담합이 얼마나 철저하게 ‘독점적 이익 확보’를 위해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보고 있는 세계 질서가 과연 공정한 경쟁의 산물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케치된 구도인가?”

통제의 변화: ‘세븐 시스터즈’에서 ‘원유 선물 거래’까지

석유의 역사는 통제권의 전이 과정이다. 거대 석유 자본인 ‘세븐 시스터즈’의 시대와 자원 민족주의를 앞세운 ‘OPEC’의 시대를 거쳐, 이제 유가는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선물 거래라는 거대한 금융 질서 속에 편입되었다.
이제 유가는 단순히 기름값이 아니다. 금리, 주가지수와 함께 경제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지표’가 되었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의 탐욕과 공포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이 금융화된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는 실물 자원을 넘어 자본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진화했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맥락을 통해 우리가 왜 유가 차트를 주식 차트만큼이나 세밀하게 읽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세 가지 핵심적인 무기를 선사한다.
* 첫째, ‘위치의 이해’다. 역사를 알면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위치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원자력으로의 귀환, 그리고 전기차 산업의 명암 뒤에는 여전히 ‘에너지 패권’이라는 거대한 엔진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 둘째, ‘군중 심리를 이기는 통찰’이다. ˝석유의 시대는 끝났다˝는 구호 뒤에서 여전히 석유를 무기로 자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미국과 강대국들의 속내를 읽게 해준다. 이는 투자자가 파티가 끝날 무렵의 위험을 감지하거나, 과도하게 저평가된 기회를 포착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 셋째, 변화의 바람이다.
트럼프가 판을 흔드는 바람에 지정학적 구도가 깨어졌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국이 되어 가고 있다.

현대사는 ‘기-승-전-석유’의 역사였다. 오일쇼크부터 최근의 러시아-중동 전쟁에 이르기까지 석유는 세계의 명운을 결정지었다. 최지웅 작가는 이 복잡한 이야기를 건네듯 쉬운 문장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돕는다.

투자의 세계에서 지식은 곧 생존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맥락’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수익률이다.

잘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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