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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의 문화사 - 사물의 생김새로 읽는 인간과 문명 이야기
서경욱 지음 / 한길사 / 2026년 1월
평점 :
『형태의 문화사』를 읽고
형태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욕망이 투쟁 끝에 도달한 ‘최종적 본질 가치’의 기록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진실은 세 단계를 거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생김새에 조롱당하고, 다음엔 기득권과 관습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며, 결국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자명한 사실‘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서경욱 작가의 『형태의 문화사』는 바로 이 과정을 추적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승용차의 유선형 바디, 지폐의 크기, 기차의 선로 너비 등은 사실 수많은 ‘비웃음‘과 ‘저항‘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진실의 결정체입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 ‘당연해 보이는 결과물‘ 뒤에 숨겨진 치열한 발생학적 유래를 들여다볼 것을 권유합니다.
왜 하필 그러한 형태인가? : 필연적 이유의 탐구
이 책의 핵심 목적은 주변 사물에 대해 ˝왜 하필?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디자인: 승용차와 기차의 형태는 단순히 심미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공기 저항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대량 수송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이 만난 지점에서 형태가 결정되었습니다.
인간을 향한 형태: 우리의 손과 발이 도구와 상호작용하며 진화했듯, 동전과 지폐 또한 인간의 손에 쥐어지기 가장 적합한 물리적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을 겪었습니다.
작가는 모든 사물이 가진 ‘생김새‘ 속에 문명의 유전자가 새겨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형태는 사물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거친 모든 논리적 근거들의 총합인 셈입니다.
이 책은 ‘시장의 가치 수렴‘ 과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교과서가 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진실의 3단계는 지금 AI초입의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형태)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은 이를 조롱하고 의심하지만(과도한 저평가), 그 효율성과 가치가 증명되는 순간 이는 시장의 표준이 되어 (고평가 혹은 적정가치)로 자리 잡습니다.
˝형태를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은, 그 본질이 가진 생명력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보기 좋은 상태가 아니라, 목적과 수단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최종적인 형태‘에 도달했을 때 발생합니다.
무심한 시선에서 흥미로운 탐구로
『형태의 문화사』를 덮고 나면, 출근길에 마주하는 현대자동차의 그릴 모양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폰의 곡률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그것들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수많은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저항을 뚫고 살아남아 우리 앞에 선 ‘승리한 형태들‘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물의 생김새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한 가치‘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