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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ㅣ 콩닥콩닥 18
폴 엘뤼아르 지음, 오렐리아 프롱티 외 그림,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25년 12월
평점 :
다시 쓰이는 ‘자유‘, 80년 전의 비명이 오늘의 경고가 되다.
여러분은 지금의 세상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80여 년 전, 인류는 끔찍한 전쟁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차갑습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 질서‘라는 균형을 만든 미국, 우아한 가면을 썼던 미국이 이제는 그 가면을 벗고 제국주의적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서반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힘의 논리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지금의 움직임은, 놀랍게도 2차 대전 직전의 팽창주의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 ˝이곳은 우리 땅이니 참견 마라˝는 식의 구역 나누기 정치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갈등으로 번지게 마련이죠.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다시 펼쳐 든 폴 엘뤼아르의 <자유> 는 더 이상 낭만적인 시집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자유는 전쟁이라는 사막에서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던 ‘단 한 모금의 물‘ 이었습니다. 정치적 야욕과 죽음의 공포가 일상을 집어삼켰을 때,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저항은 종이 조각과 모래 위에 ‘자유‘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었죠.
무서운 것은, 지금의 국제 정세가 다시 그때의 갈등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대국들이 힘의 논리로 체스판을 짜는 동안, 그 판 위에 놓인 수많은 ‘개인‘의 자유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80년 전 프랑스 국민들이 나치의 억압 아래서 느꼈던 그 타는 듯한 갈증이, 오늘날 다시금 우리의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그림책 속 15명의 작가가 그린 화려한 색채들은 어쩌면 역설적인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제발 이 아름다운 일상을 다시는 잿빛으로 만들지 말라˝는 간절한 외침 말입니다. 자유는 강대국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우리가 숨 쉬는 매 순간 지켜내야 할 본질임을 이 책은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독자 여러분, 이 책을 덮으며 우리는 자문해봐야 합니다. 거대한 제국주의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연 나의 일상과 자유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80년 전 폴 엘뤼아르가 모래 위에 새겼던 그 이름은, 바로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