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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이 온다 -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을 보고 있는가?
아르빈드 나라야난.사야시 카푸르 지음, 강미경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평점 :
AI 버블이 온다(AI Snake Oil)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광기‘와 ‘실체‘ 사이의 모호한 경계입니다.
프린스턴대 저자들이 쓴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열광하는 AI 시장이 25년 전 닷컴 버블의 전야와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약장수‘들이 숨어있는지 냉정하게 폭로합니다.
이 책의 원제인 ‘스네이크 오일(Snake Oil)‘은 19세기 미국판 ‘가짜 만병통치약‘을 뜻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보다 훨씬 직관적인 비유가 있습니다. 바로 ‘약장수‘입니다.
화려한 말솜씨와 구경거리로 사람들을 모으고, 무엇이든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믿음을 심어주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근거 없는 설탕물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자 아르빈드 나라야난은 현재 AI 시장의 상당 부분이 이런 ‘약장수‘들의 무대라고 경고합니다. 생성형 AI처럼 실제 작동하는 기술도 있지만, 인간의 미래나 복잡한 사회 현상을 예측하겠다는 소위 ‘예측형 AI‘는 과학적 근거가 박약한, 현대판 뱀기름이자 약장수의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2000년 전후의 ‘닷컴 버블‘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기업 이름 뒤에 ‘.com‘만 붙이면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눈먼 투자금이 밀려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1999년의 ‘.com‘: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도 ‘인터넷‘이라는 단어만으로 저평가 종목이 순식간에 고평가로 둔갑했습니다.
- 2025년의 ‘AI‘: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질적인 수익 구조나 기술적 우위 없이 ‘AI 도입‘이나 ‘AI 기반 서비스‘라는 발표만으로 군중 심리를 자극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현상을 ‘AI Snake Oil‘이라 명명하며, 우리가 닷컴 버블 때 겪었던 ‘무분별한 낙관론‘이 지금 AI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주목한 부분은 ‘AI의 실력 구분‘입니다.
저자들은 AI를 세 가지로 분류하며 우리가 어디에 열광하고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 인식 및 생성 AI (실체 있음): 얼굴 인식이나 챗GPT 같은 영역은 기술적 진보가 뚜렷합니다. 빅7 종목들이 주도하는 이 영역은 닷컴 시절의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살아남을 실체입니다.
* 사회적 예측 AI (약장수의 영역): 범죄 가능성 예측, 입사 성과 예측 등 복잡한 인간사를 데이터로 맞추겠다는 AI는 대부분 과장된 것입니다. 투자자로서는 이 영역에서 ‘AI 혁명‘을 외치는 기업들을 가장 먼저 걸러내야 합니다.
과거 닷컴 버블의 파티가 끝났을 때, 실체 없는 기업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인터넷 혁명 자체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AI라는 음악에 취해 춤을 추고 있는 파티의 초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장수‘의 감언이설에 속아 가짜 약을 비싼 값에 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군중 심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어떤 AI가 진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인지, 아니면 그저 이름만 번지르르한 ‘뱀기름‘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냉철한 시각을 선물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파티가 끝날 때를 대비해 출구 근처에서 춤을 추는 사람입니다. 《AI 버블이 온다》는 그 출구를 찾는 데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