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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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밀하는 거짓말.

혹시 ‘판타지‘라고 하면 용과 마법, 용사, 공주....등등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을 떠올리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브라이언 애터베리의 책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는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책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인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은 책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저자는 판타지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가장 깊은 진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라고 선언합니다.

책은 판타지가 어떻게 허구의 옷을 입고 우리에게 진실을 속삭이는지 신화적, 메타포적, 구조적 차원에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또한, 판타지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이 지금과 같을 필요는 없다˝ 는 사실을 일깨우며 사회 변화의 씨앗을 심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역설합니다. 그 논리적 깊이와 통찰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다만, 이 책을 집어 들 독자에게 솔직한 안내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는 이 깊고 울창한 판타지의 숲을 탐험하며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에게는 이 길을 안내할 지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서구권 판타지 고전들을 이미 경험한 독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평소 영화 평론을 즐겨 읽는데, 본 영화가 많으니 작가가 어떤 레퍼런스를 던져도 즐겁게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마치 이가 빠진 만화 연재물을 읽는 듯한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저자가 방대한 예시를 통해 의미를 연결하고 논지를 펼쳐도, 요즘 말로 제 안에 쌓인 ‘데이터‘가 없으니 그 깊은 ‘출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이 책의 재미를 십분 느끼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 어느 정도 판타지 소설에 대한 경험치를 갖추어야 한다는 솔직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애터베리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논증하는 것은, 판타지가 단순한 장르 문학을 넘어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차원에서 작동하는 필수적인 문화적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말처럼 판타지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지닌 문화적 DNA의 가장 오래된 가닥 중 하나˝ 로서, 현실을 이해하고 바꾸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상상력의 형식입니다.

비록 책의 모든 것을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저에게 새로운 과제를 남겼습니다. 나의 판타지 레퍼런스를 착실히 늘려,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펼쳐 저자가 안내하는 깊은 숲을 온전히 거닐어 보겠다는 다짐입니다. 당신이 판타지 장르의 오랜 팬이라면 이 책은 지적인 축제가 될 것이고, 저와 같은 초심자라면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위대한 여정의 첫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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