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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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존재가 무한한 존재가 되길 원한다.

시간, 공간, 다른 시대, 다른 인물들의 기억의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보니
이것은 한사람의 기억에서 (아테나)것이 아닐까? 꼽씹어본다.

빅데이터의 패턴인식처럼 공통된 기억들의 패턴들을 모아놓는 서사 방식이 신선합니다.

어떤적은 프렉탈 같기도 하고
불교의 업보 같기도 하고
어떤것은 기억을 찾아 헤메는 메멘토 같기도 합니다.
어떤것은 장자의 무위자연과 강가의 물고기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불멸의 킹 라오』의 킹 라오는 인도 최하층민에서 시작해 디지털 문명의 정점에 오르는 인물로, 기술과 권력을 통해 죽음마저 극복하려 합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딸에게 이식하고, 사회 시스템을 알고리즘으로 통제하는 등, 인위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합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킹 라오의 삶은 장자의 무위자연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킹 라오가 디지털 세계에서 신적 존재로 군림하고,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는 결국 자연의 거대한 흐름—기후 위기, 사회적 불안정, 인간성의 변화—앞에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완전히 자연을 통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인위적 통제가 커질수록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불행이 따라온다는 점을 소설은 드러냅니다. 이는 장자가 강조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거스르려 할 때 고통과 불행이 온다”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습니다.

킹 라오가 이룬 디지털 불멸과 권력은 결국 사회적 고립과 인간성의 상실, 그리고 딸과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이는 장자가 말한 집착과 욕망, 인위적 성공이 오히려 삶의 본질적 가치를 해친다는 비판과도 연결됩니다. 장자는 “억지로 유용해지려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는데, 킹 라오의 삶은 그 반대의 길을 가다가 결국 본질적인 자유와 평화를 잃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장자의 무위자연과 킹 라오의 삶은 인간이 자연과 기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인위적 통제와 집착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서 겸손하고 조화롭게 존재하는 태도가 진정한 자유와 평화로 이어진다는 장자의 가르침은, 킹 라오의 디스토피아적 여정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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