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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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의 그물.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아주 오래된 동양 고전에서 우주의 비밀을 찾았다고 말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카를로 로벨리의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2천 년도 더 된 《장자》의 한 대목, 강물 속 물고기의 즐거움을 논하는 이야기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현대적인 열쇠인 ‘관계‘를 발견해냅니다.

이 책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덕분에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지만, 책 전체는 결국 하나의 따뜻한 결론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 책은 머리 아픈 과학 이론서가 아니라, 세상과 내가 얼마나 깊고 다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건네는 핵심 메시지는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어떤 것의 상태나 성질은 그것 자체에 새겨진 고유한 값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와 만나는 ‘순간‘에만 비로소 드러난다는 양자역학의 통찰이죠. 놀랍게도 이 생각은 모든 것이 그물처럼 얽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동양의 연기(緣起) 사상과 깊이 통합니다. 결국 저자는 최첨단 물리학과 고대의 철학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같은 진실, 즉 세상은 독립된 존재들의 합이 아닌 거대한 상호작용의 춤이라는 진실에 닿았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결‘이라는 아이디어는 물리학의 세계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로벨리는 독자의 손을 잡고 갈릴레오의 실험실로, 베토벤의 악보 속으로, 또 팬데믹을 겪는 우리의 현실 속으로 종횡무진 여행합니다.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를 허물고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더 큰 진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서로의 존재를 구성하는 필연적인 관계의 그물망 속 일부라는 깨달음이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지적 여정을 통해, 로벨리는 세상의 가장 작은 입자에서부터 인간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의 근본적인 진리는 ‘협력‘과 ‘연결‘에 있음을 감동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은 물리학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습니다. 다만 동양철학과 서양과학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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