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요즘은 어떤 영화들을 주로 보세요?
봉준호 고전과 거장들의 작품이요. 대표작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거장들의 작품이 좋아요. 요즘에는 페데리코 펠리니가 유독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는데 말이죠. DVD로 보면서 그진가를 다시 느끼고 있어요. 카비리아의 밤도 좋았고, 「길도 제대로 다시 보니 새삼 감동을 받았어요. 「달콤한 인생」 「사티리콘」「아마코드」도 다 훌륭했고요. 외국에 나가면 취미가 따로 없으니 그곳의 DVD 숍에 쇼핑을 가고는 하죠.
이동진 펠리니 외에는 어떤 감독을 좋아하세요?
봉준호 이마무라 쇼헤이를 참 좋아해요. 어떤 일본의 평론가가 칸영화제 때 괴물을 보고 " 이마무라 쇼헤이가 찍은 괴수영화 같다"
고 평했는데, 그게 제가 괴물」에 대해서 들은 가장 기분 좋은 찬사였어요.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복수는 나의 것,
을 정말 좋아하죠. 구로사와 아키라도 위대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알프레드 히치콕은 일종의 롤 모델이고요. 「기차의 이방인」도 - P412
이동진
감독이란 직업은 어떻습니까. 감독이 절대로 못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봉준호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감독은 결국그것 하나로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미지를 완성해서 스크린에 투사하기까지의 과정이 사실 너무 힘들고 가시밭길이잖습니까. 캐스팅, 장소 섭외, 촬영 등 모든 것이 다 그렇죠.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찍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젊은 감독이 이래서는 안 되겠지만, 사실 저는 그 과 - P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