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한 소설에 나온 말이다. 발자크는 이소설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겠다. 귀족은 빚진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Nohlesse Oblige"고 말했다.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해준 지위는 공짜가 아니라 지위를 부여해준 사회가 빌려준 일종의 빚이니,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지위를 바로 박탈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원칙은 어느 조직에게나 적용되며 당연히 기업에도 해당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설립 취지에 ‘사회적 기여‘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기업이라야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원하는 바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이런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겨야만 사람들의 보호를 받아 장수할 수 있다. 유럽의 WWF에는 당시 스페인 국왕이던 후안 카를로스 1세도 있었는데, 그가 WWF의 이사들과 사냥을 나가 코끼리를쏴 죽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큰 반발을 샀고, WWF 보이콧 운동 등 심각한 문제가 생겨 조직 붕괴 위기까지 맞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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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의 경쟁력은 영어의 어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째를 뜻하는 영어 단어 first는 뚫다‘를 뜻하는 pierce와 친척 단어다. 그리고 두 번째를 뜻하는 second는 원래 뒤따르다‘를 뜻하는 라틴어 seguire에서 나왔다. 우리는 일인자가 맨꼭대기 자리에 올라가이인자를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 단어는 이인자가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도록 선두 자리에 일인자를밀어놓고 자신은 그가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며 잘 닦아놓은 길로 편안하게 쫓아가 결실을 가로챌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 P220
이런 교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즉 capitalism이라는 단어 어원에 분명히 들어 있다. 르네상스 이탈리아 사람들는 사업 시작하는 데 꼭 필요한 종잣돈을 capital이라고 불렀는데말 그대로 ‘머릿돈‘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제일 먼저 놓는 주춧돌을 머릿돌‘이라고 부르는데, 이탈리아 사람도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일정 액수의 자금이라고 해서 이 돈을 capital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단어는 자본주의,즉 capitalism은 원금을 제공한 전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도임을 분명히한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누구나 열심히 일한 만큼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그 어원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아니라 목돈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제도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높은 자리도 결국 자기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다. 봉급을 모아 어딘가에 자본으로 투자해야만 자기 돈나무가 되어서 돈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렇게 만든 돈만이 진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산이 되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 인 것이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