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레퀴엠 포 더 아메리칸 드림》. 번역한 제목보다는 원제가 더 내용의 핵심을 찌른다.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말기적 현상의 원인들을 10가지로 분석했다. 지배계급이 지배를 위해 동원한 수단들이 지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조금만 절제했더라면...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역시 책이 나온 2017년보다도 2021년 지금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그러한 체제를 추종해온 한국에도 적용 가능해보인다.
서양, 정확히는 미국의 관점으로 해석된 근현대 역사와 세계에 대한 관점을 한바탕 뒤집어주는 대담집. 코로나 이후 미국 패권 몰락이 가시화된 지금 시기에 더욱 잘 읽힌다. 세계 분쟁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블첵의 역할이 돋보인다. 물론 촘스키는 항상 비판지성답다.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을 다뤘다는 게 이채롭다. 미국의 눈으로 본 세계에 얼마나 우리가 아직까지도 물들어 있는지에 대한 깨우침과 신선한 자극을 준다.
촘스키 교수 특유의 미 제국주의 자본주의 비판은 시원하고 신랄하다. 짧은 분량으로 미국의 대외적인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패권 및 예외주의, 환경파괴 및 기후위기, 대내적인 민주주의 파괴, 자본의 독재, 지식인과 권력의 관계 등에 대해서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별점은 잘 줄 수가 없다. 오탈자가 무례할 정도로 너무 많고, 촘스키 특유의 반어적 표현의 맥락을 세심하게 풀어서 번역하지 않아 여러번 다시 읽고 생각해봐야 의미 파악이 된다. 이 정도로 교정을 안 본 책은 최근에 본 적이 없었던 듯.
플랫폼노동자들의 ˝보도자료˝를 표방한 책. 기자 출신 저자가 200일 동안 쿠팡 피커맨, 배민 커넥터,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썼다. 3/4지점까지는 말 그대로의 보도자료라는 인상을 받았다. 좋게 보면 기자 스스로 한 명의 플랫폼노동자가 되어 열심히 기록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언젠가 떠날 게 예정된 사람(플랫폼노동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의 상황과는 다른 의미로)이 갖는 외부인으로서의 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어쨌든 노동자를 죽도록 쥐어짜 부려먹음으로써 돌아가는 플랫폼자본주의 생태계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1/4는 저자의 썰인데, 솔직히 지루하다(저자는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국가독점‘복지‘자본주의자인 것 같다). ‘보도자료‘에 자기 주장이 너무 많아지면, 사족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