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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비야디 - 테슬라의 왕관을 위협하는 자 ㅣ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06
고성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4년 4월
평점 :
_ 비야디BYD가 아는 사람만 아는 회사이던 시절은 확실히 지난 듯하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승용차(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포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비야디. 올해 4분기에 한국에서 첫 브랜드가 론칭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
_ 이 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국 주재원 10년차인 저자 고성호가 쓴 책이다. 책이라기에는 소략하고 언론보도라기에는 숨가쁜 호흡의 글을 담아 펴내는 스리체어스의 ‘북저널리즘’ 시리즈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용으로는 <오토OOO>이나 <이코노미OOO> 같은 잡지의 잘 쓴 기획기사 연재물을 모아 출간한 책 같다. 여기에 경제경영 도서 특유의 ‘삼국지’ 같은 느낌이 있다.
_ 저자의 일터인 선전深圳시에서부터 글을 풀어낸다. 이른바 중국 특색 초급 사회주의의 ‘실험적인 개방 도시’인 이곳은 IT, 하이테크제조업, 금융업 등의 산실이자 도시 평균 연령 33세의 젊고 역동적인 경제 공간이다. 중국에서 이곳을 표현하며 요즘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선전 블루”인데, 그만큼 중국 도시 중 압도적으로 공기의 질이 깨끗하다는 말이다(초미세먼지 기준 서울보다 깨끗하다). 거기에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하는 사업, ‘전기차’가 있고 여기에 가장 앞장서 있는 기업이 바로 비야디다(물론 비야디 본사도 선전에 있다).
_ 비야디는 1990년대 배터리 산업 진출을 통해 성장했다. 이때의 창업자 왕촨푸가 현재까지도 수장인데, 그는 ‘중국적 특성’에 주목해 서방식 ‘최첨단 설비 및 기계화’가 아니라 ‘반자동 개인 제조 설비’ 확충과 ‘인적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중국 및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자, 비야디는 그 자리를 채우게 되고 2000년대 초반에는 양질 측면에서 세계 유수의 배터리 기업으로 인정받는다(비야디의 주력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이다).
_ 비야디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색다른 선택을 하는데(폭스콘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시에는 완전히 신산업이었던 자동차, 그중에서도 전기차 분야로 진출한 것이다. 자신들의 ‘배터리’ 기술을 염두에 두고, 일단 이른바 “철면피 작전”으로 카피캣을 통해 첫 자동차 양산에 들어간다(도요타 자동차를 의도적으로 베꼈다). 가성비와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성공해 시장에 안착한 후(2005년), 바로 전기차 분야로 진출해 첫 전기차를 내놓는다(2008년). 이후 8년여는 ‘인고’의 시간인데, 이때 초기 워런 버핏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겪지 않는다(이때 워런 버핏에게 비야디를 추천한 것으로 유명한 히말라야캐피털 회장 리루의 투자 철학 책이 9월에 출간되기도 했다. <문명, 현대화 그리고 가치투자와 중국>). 이후 2016년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_ VS 테슬라: 비야디와 테슬라의 차이는 어쩌면 ‘중국식 사회주의’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사고방식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비야디는 중저가 차량 생산으로 시작하여 점차 상층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다품종 중량 생산에 매진하는 반면, 테슬라는 최고급 차량 생산으로 시작하여 이를 확산하거나 더욱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소품종 대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에 있어서 ‘반자동 설비’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도모하고 회사 또는 국가 체계 내에 자립적 제품 제조 및 공급 시스템을 구축한 비야디와 오토 팩토리를 통해 완전한 기계화와 AI 자동 설비를 추구하고 여러 해외 외주 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테슬라의 차이는, 두 회사 그리고 두 체제에 대한 평가를 떠나, 아주 분명하다.
_ 비야디의 강점: 저자는 매우 간명하게 4가지로 비야디의 강점을 짚고 있다. 핵심 부품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 관리가 기업 또는 국가 차원에서 자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배터리, 반도체, 파워트레인), 다양한 라인업(제조 플랫폼의 유연성), 해외 진출 가능성(아직 매출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발생), 중국 정부와 인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초고급 차량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고급에는 근접했다. 배터리 안전성, 충전성에 관해서는 (전기차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 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_ 중국 내에서 ‘왕조’ 계열 라인업으로(진, 한, 당, 송 등) 사랑받고, 해외에서 ‘해양’ 계열 라인업으로(하이바오海豹, 하이어우海鷗, 하이툰海豚 등) 어필하려는 비야디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확실한 건 이것이 단순히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페트로 달러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도 포함한 중국의 국가 정책과 세계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이고, 글로벌사우스의 생활환경 개선과 환경오염의 관계 함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결코 비야디와 현대차의 경쟁 결과나, ‘신냉전적’ 중국 경제 이해 같은 흔한 틀에 갇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