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지금 준비해야 할 문해력의 미래
김성우 지음 / 유유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인공지능의 사회적 역할, 여파, 전망에 관한 논의는 하나의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1~2년 전 ‘신기술’에 관한 ‘광풍’이 조장(?)되던 시기가 살짝 지나고, 조금은 거품이 걷힌 상황에서 여러 논의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인문/사회 분야에서 이러한 의제들에 대해 비판적 견해 또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견지하며 차분하게 문제에 접근하는 도서들도 눈에 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글을 쓰며 제도권 안팎에 모두 관심을 갖는 문화-기술-사회 학술 모임 ‘캣츠랩’에서 활동하는 응용언어학자다. 그 특유의 리터러시 관점인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광범위하게 다면적인 영향을 지혜롭게 받(지 않)을 수 있는 실천”의 맥락에서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한다. 저자의 분야인 언어 교육, 대학(원), 학술 장을 중심으로 논의를 풀어 나간다.
_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여전히 깊이 읽고 정성 들여 쓰기가 의미와 가치를 갖는 시대,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이것이 “인공지능의 시대, 읽기와 쓰기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와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인간, 사회, 생명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현 사회의 속도, 효율성, 양적 팽창, (패권적) 표준화, 표현-외화 영역의 비대화 등에 대한 주류 관점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태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리터러시’이고, 인공지능 기술의 ‘중재’(저자는 ‘활용’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표현한다)를 수용하는 올바른 과정이다.
_ 총 6개 장을 통해 내용을 전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사회기술적 관점과 리터러시, 인간과 인공지능 읽기-쓰기의 특성과 차이: 시간·학습·쓰기·언어·발달·관계·대화 이해, 리터러시 생태계의 변화: 매개·전도·속도·저자성-윤리,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올바른 관점, 기술과 인간의 관계, 결론으로서의 비판적-메타 리터러시.
_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한 지금 ‘읽기-쓰기’ 그리고 리터러시의 본질은 과정성, 윤리성, 관계성을 ‘체화’하는 과정으로서의 읽기와 쓰기는 그 스스로의 ‘에토스’이고 세계관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성 들여 불완전한 과정들을 끊임없이 경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된다. 읽으면서 지금의 주류적 분위기, 생성형 인공지능의 한계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기반을 둘 때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없다면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ng”이 노폐물처럼 쌓인다. ‘존재로서의 생성’은 ‘읽은 것-쓴 것’과 ‘읽지 않은 것-쓰지 않은 것’의 교차로에 있다.
_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 아주 탄탄하게 차근차근, ‘(대학) 수업을 하듯’ 내용을 풀어 가며,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 ‘보고서’ 쓰기 실험 등 예시가 다양하다. 저자의 태도는 매우 정중하고, 어투도 그러하다(독자에게 높임말을 썼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책이 나오게 된 듯싶다. 저자의 비판적 관점은 은근하게 확고하다.
_ 세상의 오롯한 모습은 말과 글로만 표현될 수 없기에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비로소 언어(와 인공지능 그리고 인간)는 가장 훌륭해진다는 저자의 언어학적 ‘비판적 메타-리터러시’론에 큰 매력을 느꼈다. 평소에 가졌던 문제의식과 궁금증에 꽤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라이트 비판 - 나라를 망치는 사이비들에 관한 18가지 이야기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보수주의를 꿈꾸는 학자의 ‘뉴라이트‘(사이비) 비판. 조목조목 모든 분야를 아울러 그들의 세계관을 논리적으로 비판했다. 사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자란 무엇인가 -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
오카 마리 지음, 김상운 옮김 / 두번째테제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른바 1세계 지식인이 3세계에 제대로 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 저자의 두 차례 긴급 강연을 묶어낸 책으로, 제국주의적 변태 사상인 시오니즘에 입각한 이스라엘의 행보를 뿌리에서부터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해방투쟁을 긍정하는 관점에서 ‘불타는 얼음’ 같은 이야기를 토해냈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쟁(하마스를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 세력들)을 인정하고, 이들이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정치적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세계’(즉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심적이다. 또한 일본인으로써,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으로부터 조선에 대한 1900년대 초중반 일제의 국가범죄를 시인하고 이 문제 역시 해결하기 위한 자기 사회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
시민의 ‘실천적‘ 교양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기 위한 이들에게 ‘무기’가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출판사가 <두번째테제>라는 자신의 이름에 어울리는 양서들을 요즘 많이 펴내는 것 같다. 가자 지도에 지금의 폭격 참상과 집단학살 지역을 표시한 표지, 본문 중간중간 적절하게 위치한 사진 자료를 보면 출판사가 들인 사회과학적 편집 성의가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격의 비야디 - 테슬라의 왕관을 위협하는 자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06
고성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 비야디BYD가 아는 사람만 아는 회사이던 시절은 확실히 지난 듯하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승용차(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포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비야디. 올해 4분기에 한국에서 첫 브랜드가 론칭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
_ 이 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국 주재원 10년차인 저자 고성호가 쓴 책이다. 책이라기에는 소략하고 언론보도라기에는 숨가쁜 호흡의 글을 담아 펴내는 스리체어스의 ‘북저널리즘’ 시리즈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내용으로는 <오토OOO>이나 <이코노미OOO> 같은 잡지의 잘 쓴 기획기사 연재물을 모아 출간한 책 같다. 여기에 경제경영 도서 특유의 ‘삼국지’ 같은 느낌이 있다.
_ 저자의 일터인 선전深圳시에서부터 글을 풀어낸다. 이른바 중국 특색 초급 사회주의의 ‘실험적인 개방 도시’인 이곳은 IT, 하이테크제조업, 금융업 등의 산실이자 도시 평균 연령 33세의 젊고 역동적인 경제 공간이다. 중국에서 이곳을 표현하며 요즘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선전 블루”인데, 그만큼 중국 도시 중 압도적으로 공기의 질이 깨끗하다는 말이다(초미세먼지 기준 서울보다 깨끗하다). 거기에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하는 사업, ‘전기차’가 있고 여기에 가장 앞장서 있는 기업이 바로 비야디다(물론 비야디 본사도 선전에 있다).
_ 비야디는 1990년대 배터리 산업 진출을 통해 성장했다. 이때의 창업자 왕촨푸가 현재까지도 수장인데, 그는 ‘중국적 특성’에 주목해 서방식 ‘최첨단 설비 및 기계화’가 아니라 ‘반자동 개인 제조 설비’ 확충과 ‘인적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중국 및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자, 비야디는 그 자리를 채우게 되고 2000년대 초반에는 양질 측면에서 세계 유수의 배터리 기업으로 인정받는다(비야디의 주력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이다).
_ 비야디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색다른 선택을 하는데(폭스콘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시에는 완전히 신산업이었던 자동차, 그중에서도 전기차 분야로 진출한 것이다. 자신들의 ‘배터리’ 기술을 염두에 두고, 일단 이른바 “철면피 작전”으로 카피캣을 통해 첫 자동차 양산에 들어간다(도요타 자동차를 의도적으로 베꼈다). 가성비와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성공해 시장에 안착한 후(2005년), 바로 전기차 분야로 진출해 첫 전기차를 내놓는다(2008년). 이후 8년여는 ‘인고’의 시간인데, 이때 초기 워런 버핏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겪지 않는다(이때 워런 버핏에게 비야디를 추천한 것으로 유명한 히말라야캐피털 회장 리루의 투자 철학 책이 9월에 출간되기도 했다. <문명, 현대화 그리고 가치투자와 중국>). 이후 2016년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_ VS 테슬라: 비야디와 테슬라의 차이는 어쩌면 ‘중국식 사회주의’와 ‘미국식 자본주의’의 사고방식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비야디는 중저가 차량 생산으로 시작하여 점차 상층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다품종 중량 생산에 매진하는 반면, 테슬라는 최고급 차량 생산으로 시작하여 이를 확산하거나 더욱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소품종 대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에 있어서 ‘반자동 설비’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도모하고 회사 또는 국가 체계 내에 자립적 제품 제조 및 공급 시스템을 구축한 비야디와 오토 팩토리를 통해 완전한 기계화와 AI 자동 설비를 추구하고 여러 해외 외주 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테슬라의 차이는, 두 회사 그리고 두 체제에 대한 평가를 떠나, 아주 분명하다.
_ 비야디의 강점: 저자는 매우 간명하게 4가지로 비야디의 강점을 짚고 있다. 핵심 부품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 관리가 기업 또는 국가 차원에서 자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배터리, 반도체, 파워트레인), 다양한 라인업(제조 플랫폼의 유연성), 해외 진출 가능성(아직 매출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발생), 중국 정부와 인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초고급 차량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고급에는 근접했다. 배터리 안전성, 충전성에 관해서는 (전기차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 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_ 중국 내에서 ‘왕조’ 계열 라인업으로(진, 한, 당, 송 등) 사랑받고, 해외에서 ‘해양’ 계열 라인업으로(하이바오海豹, 하이어우海鷗, 하이툰海豚 등) 어필하려는 비야디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확실한 건 이것이 단순히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페트로 달러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까지도 포함한 중국의 국가 정책과 세계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이고, 글로벌사우스의 생활환경 개선과 환경오염의 관계 함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결코 비야디와 현대차의 경쟁 결과나, ‘신냉전적’ 중국 경제 이해 같은 흔한 틀에 갇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타나모 키드 - 관타나모 수용소 최연소 수감자 무함마드 엘-고라니 실화 오디세이
제롬 투비아나 지음, 알렉상드르 프랑 그림, 이나현 옮김 / 돌베개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명에 도전한 용감무쌍한 이의 삶에는 울림이 있다. 흑백 그래픽노블은 묵직한 내용에 잘 어울린다. 미국의 국가 테러 실상을 상세히 고발한 사회물이자 한 인간의 투쟁적 삶과 상처와 희망이 교차하는 내면을 담아낸 자서전으로 수작이다. 엘-고라니는 강하고 존엄한 인간이다. 그에게 축복이 있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