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4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반 정도 읽었을 때 뭐 이리 지루한 소설이 다 있나 했다. 폴오스터의 책을 처음 읽어보지만 예전 스모크란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고 그 영화의 모티브가 된 책의 저자라는 말에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없었다. 중간중간 어색하게 앞 뒤가 맞지 않는듯한 변역과 매끄럽지 못한 문장탓에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솔직히 중간에서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반 가까이 읽고 있는 중이었고 폴오스터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다면 이 작가도 매력이 있을 것이다. 끝까지 한 번 읽어보고 판단해보자 뭐 이런 생각으로 끝까지 읽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끝까지 읽어보길 잘했다는 것이다.

 부랑자에 가까운 어린 아이가 스승을 만났고 그 스승으로 부터 온갖 시련을 견뎌내면서 공중부양술을 배워서 사람들앞에서 공연을 하는 과정이 책의 반가까이 차지해서 초반부는 다소 지루했다. 하지만 반을 넘어가면서 부터는 즉 공중부양술의 댓가가 깨질듯한 머리통증으로 나타나 공중술을 포기하면서 다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나가면서 부터가 재미있었다.

비록 5년동안의 힘든 노력이 창 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수십년의 계획과 준비가 하룻밤 새에 먼지로 변했어도 그는 마치 우리 앞에 모든 것이 놓여 있는 것처럼 다음 수를 생각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끓어 오르고 있었다. 끝났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 그는 그것을 모토로 살았을 뿐만 아니라 그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다.  (p280)

어찌되었건 폴오스터의 작품을 하나 더 샀다. 브루클린 풍자극. 그러니 그에 대한 평가는 다음으로 미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동산 2007-12-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도 폴 오스터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달의 궁전을 3분의 2정도 읽었어요..느낌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지루하기도 하면서 다시 재미있다가..작은 오빠가 무슨 책 읽고 있냐고 하길래.."어..폴 오스터 들어봤나?" "어떤 내용인데.."".......어..콜롬비아 대학을 나온 수재가 이해 할 수 없는 백수 근성으로 부랑자가 되어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애기..이제 밑바닥 치고 쪼매 올라오는 중인데..잘려고 가지고 온 책...읽다가 자면 좋고,잠 안 와서 계속 읽으면 재수고 뭐 그렇지..""아..결론은 뭐 좋은 책이네..^^"..달의 궁전에 리뷰 쓴 알라디너 들이 보면 욕 들을려나..인절미가 폴 오스터에 대해 쓴 부분이 내가 느낀 부분이랑 참 유사해서리..웃겨서 댓글 답니다..저도 다 읽으면 인절미 처럼 결론적으로 '잘 읽었다.."라는 생각이 들려나 모르겠네요..^^

꿈동산 2007-12-2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부산에 있는 큰오빠네에 갔더니 서재에 미유키 여사님의 모방범 3권과 미유키 여사님의 책이 여러권 꽂혀있더군요."오빠야~여기도 미유키 바람이 불었나?"라고 했더니 오빠는 씩(?) 웃고 올케 언니는 "아가씨 모방범은 다 읽고 나서도 한번 읽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시더군요..마음이 참 행복했습니다..근데 여기서는 폴 오스터를 만나네요..ㅋㅋ..낼은 책꽂이를 하나 더 살 예정입니다..집은 코딱지 만한데 책만 늘어 큰일 입니다..--;
 

중앙아메리카에는 백인들이 이 땅을 찾기 전에 이미 현명하고 지혜로우며 평화롭게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야문명이라는 고대문명을 형성한 위대한 민족이었다.

 그러나 백인들이 이땅을 찾은 이후에 상황이 바뀌었다. 그들은 마야인들을 차별하였으며 땅과 재산을 앗아갔으며 고대문명을 파괴시켰다.

그리고 몇 백 년이 지나 독립을 한 이후 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야망으로 이 평화로운 땅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이 책은  36년 간이나 지속된 과테말라  내전에 관한 내용이다. 이 내전에서 무려 20만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하며 희생자의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살아가던 인디오들이었다.  원인도 알 수 없는 내전의 희생자가 되어서 가족들을 모두 잃고 어린 동생과 함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소녀. 현명하신 아버지와 따뜻하고 넓은 품을 가진 어머니, 귀여운 동생들, 지혜롭고 용감한 선생님을 잃고 가느다란 나무 위에서 대량학살이 자행되어 마을 전체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나무소녀의 절망... 그녀가 절망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꿈을 다시 키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녀의 영혼의 힘은 도대체 얼마나 클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려 기운을 낸다.

" 나무소녀는 아주 특별해. 겁쟁이가 아니야.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아. 나무소녀는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수 잇다는 걸 알지. 그렇지만 올라가면 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아주 강하기 때문에 삶에서 좋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 나쁜 일을 겪어야 할지라도 그걸 피하지 않고 마주 할 수 있어. 희망을 찾기 위해 어떤 고통도 굳세게 맞서지 삶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기 위해서 추한 것들을 만난 위험도 무릅쓰고.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서 감히 덤비지 못할 대에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고 마음이 많이 아팠던 책이다.

이 땅에 전쟁속에 이유없이 죽어간 많은 숭고한 영혼들이 편안한 영혼의 안식을 찾으셨기를......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런 역사가 이제 멈추기를......

나무소녀의 용기에 격려와 찬사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물 다섯. 시인이면서 가수이면서 자신의 자서전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차려 그 것 마저 성공해 버린 패기 넘치는 젊은이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의 단편적인 생각과 느낌들을 글로 썼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약 이 책 소개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 정보 없이 읽게 된 책이고 그래서 더 좋았다.

 인도 캘거타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진흙탕에 쓰려져 있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굶주림에 지친 할머니 곁을 지나간다. 그 할머니한테 껌처럼 붙어 있는 뼈만 남은 아기 곁을 지나간다. 상처에서 흐르는 고름에 파리떼가 들끓는 쓰레기 더미에 묻힌 늙은이 곁을 지나간다. 남은 한쪽 다리로 땅바닥을 기며, 작은 손으로 나를 붙잡으려는 아이 곁을 지나간다. 시끄러운 클랙슨 소리 'Japanese! Money! Money! Please!' 라는 노한 음성을 뒤로 하고 배기가스로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본다. 캘커타의 저녁 무렵.  도쿄에서 분명 가져왔을 꿈꾸는 나 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쿄에서 분명 가져왔을 '세치 혀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쿄에서 분명 가져왔을 '나 자신'은 의외로 무력했다. ' 지금 이 가슴의 아픔이,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할 수 있다면' 보잘것없는 내 마음이 이렇게 중얼거릴 때 " 뭐든지, 좋다. 지금 여기에서 뭐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용기를 내 한마디, "도와드릴까요?" 쓰러져 있는 할머니에게 한마디 말을 건넨다. 어색하지만 내 영혼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미소까지 곁들이며, 그 순간 놀랍게도 할머니의 미소를 보았다.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매우 따뜻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무엇인가 '소통'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존 레논의 'Imagine'이 견딜 수 없게 듣고 싶은 밤. 나는 조금씩. 분명하게 변화를 느낀다.

작가인 다카하시 아유무는 류시화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류시화보다 젊다. 그래서 꾸밈없이 느껴진다.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처음으로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젊은이답다.

어제, 메인 스트리트에서 흰 팬티 하나 달랑 걸친 채 노래부르며 돌아나니는 아저씨를 만났다.

어제, 해변에서 일흔 넘은 할머니와 젊은 남자 커플의 프렌치 키스를 보았다.

어제 붐비는 슈퍼마켓의 한 구석 바닥에 곤히 잠든  어보리진을 보았다.

어제, 한낮의 공원에서 섹스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어제, 사는 것이 마냥 즐거운 부랑자를 만났다.

어제, 얼굴에 30마리 정도의 파리가 붙어있는데도 싱글거리는 아줌마를 보았다.

어제 'Good Morning' 하며 일어나자마자 맥주 한 병을 나발부는 녀석을 만났다.

어제, '죽는 것도 꽤 괜찮은가봐. 제법 기대되는군' 이라며 들뜬 소리로 떠드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때? 유쾌하지 않아?

대 초원의 한가운데 앉아 동서남북 하늘 가득한

별에 둘러싸여 똥을 싼다.

이 해방감,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쾌감. 완전히 오르가즘이다.

이런 글들에서 재미난 장난감을 처음 발견하고는 놀이에 푹 빠져있는 어린아이의 순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젊은이의 패기를 읽을 수 있다.(컴백에 성공한 박진영을 보는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도전하고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열적인 그렇지만 세상에 고민하기 시작하는 건장한 젊은이를 만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참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직을 하고 알게 된 내 앞자리의 풋풋한 젊은 국어선생님은 이 책을  매년 가을 읽는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선물한 것까지 치면 이 책을 20권쯤 샀다했다. 씩씩하고 아무하고나 잘 어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그녀가 무엇때문에 그녀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니었을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빠졌을까? 자신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마 그녀가 국어 선생님이어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김형경의 세월을 보면서 그녀의 젊은 시절을 옅보면서 마음이 아파 나도 덩달아 앓았다.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올곧기만 한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신경숙의 소설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 책의  하진과 미란역시...

 이렇게 깊이 깊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더디게 더디게 상처 치유 좀 하지 마라고... 그냥 좀 잊어버릴 것 잊어버리고 살라고. 인생은 어차피 그런 게 아니겠냐고, 완벽한 삶이, 완벽한 사랑이 어디있겠느냐고, 그냥 그렇게 시간에 몸을 맡기다보면 그저 그렇게 살아지고 또 그렇게 잊혀지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게 말해버리고 싶다. 제발 쿨하게 좀 살아라, 그러다보면 나름대로 삶도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녀들을 향해 소리라도 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녀들은 아무 대꾸도 없이 등을 오므려 뱃속의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몇 날 며칠을 잠만 자겠지...... 밤새 스케이트 보드만 타거나, 봉을 들고 아무 거나 사정없이 두드리거나, 책만 읽거나, 밤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새벽을 맞거나,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끌어 안고 허한 눈으로 산길을 헤메겠지......

 나는 이런 그녀들에게 소리치는 대신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배려를 배워야한다. 빗속을 울면서 뛰어오면 그저 빗물을 닦아낼 수건을 건네주며 따뜻한 잣죽이나 한그릇 끓여 주면서 그냥 등이나 조금 쓸어주는..... 그런 법을 나는 배워야 한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녀들에게 혹은 그들에게 그저 나도 내 긴 시간을 내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진이 내가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그리고 내 제자들이 될수도 또 내 아이가 될 수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있다. 그러니 나는 나의 방법이 아니지만 소리치는 대신에 기다려 주는 법을 꼭 배워야 할 것 같다.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 일일수록 그렇게 해야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 수도 없지. 무슨 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 거야.(p214)

그들이 자기 발로 바닥을 치고 탁 솟아오를 때 까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동산 2007-10-2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경숙 소설을 많이 읽으시네요.^^저도 한때는 신경숙 소설은 꼭 읽었었는데 요즘은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아요.내 마음과 닿는 부분들이 지금은 없는거 같아요..요즘의 내가 잃어버린 부분이겠지요..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어요..유행도 사이클이 있듯이 책을 읽는 습관(?)도 나름대로 주기가 있는거 같아요..그러니까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도 다시 꺼내서 보는 것이겠지요.요즘은 모든게 평화롭답니다..조금은 지루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이런 일상들이 고맙다고 생각해요..잘 지내셔요..

꿈동산 2007-10-2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제목에 오타났습니당~^^
 

 최근에 읽은 소설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당시의 프랑스 지도를 벽에 붙여놓고 오랜 기간 자료를 모으고 수집했을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향기에 관한 집요하리만치 자세한 정보들과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그런 고급스런 느낌을 완성시킨다.

 결핍은 좌절을 낳고 좌절은 창조를 가져온다.

영화로 만들어 졌으나 결코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고급스런 감정들을 흐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