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속 조제는 뇌성마비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우 인데 자존심 강하고 당당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당당한 모습이 더욱 애처로웠다.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츠네오는 다정하고 순수하며 젊은 나이지만 사랑의 가치를 잘 아는 남자다. 그들은 사랑하고 또 헤어졌다. 영화에서 별 일 아닌듯 ,출근하듯이 짐을 싸서 나오고 또 배웅하며 이별한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정상인의 여자를 만나지만 어느 순간 길거리에서 오열하며 우는 츠네오의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조제는 그토록 거부하던 휠체어를 샀다. 그녀는 또 그렇게 휠체어를 탄 채 그녀의 삶을 살 것이다. 오히려 가여운 것은 츠네오였다. 가슴 아픈 고통은 버림받은 그녀가 아니라 버린 그의 몫이였다.
영화의 감동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인데 책에서는 그저 작은 단편에 불과하다. 같이 함께 하는 시간만 나와있다. 영화에서 더욱 풍성한 감정들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이 책 단편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다. 각 이야기마다 나오는 여주인공은 모두 다르지만 어딘가가 닮아있다.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녀들은 심각한 문제들에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유연하다. 조카와 사랑을 나누는 이모도 불륜을 즐기는 주인공도 마치 자신의 삶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듯 보이고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받고 싶지 않은 그녀들의 가슴 속 열망이 보이는 듯 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집착하지 않으려는 그녀들의 노력이 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 조금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