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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오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수업을 하다가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민지배의 결과 서양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플랜테이션농업이란 형태로 열대성작물을 대량생산 하게했고 그로 인해 자급자족적 농업기반이 무너지고. 이런 식민농업의 결과 현재까지 식량의 자급도가 떨어졌으며 그로 인해 외채도 많고 또 그 외채로 인해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나가기도 힘들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나름대로 십여분을 입이 아프도록 설명하였으나 아이들 반응은 '재미없어요'라는 표정이 역력했지요. 너무 우리와 관계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여 우리나라의 외채규모와 IMF의 금융원조와 함께 통제를 받게 되었던 얘기도 간략하게 덧붙였는데 한 아이가 하는 말이 "우리 집은 빚 없어요"라고 하더군요. (나, 우리집 그외에는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늘 수업시간엔 많은 나라의 지명을 외우고 시험을 치면서 그 암기력을 테스트하는데만 급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기가찬 것은 한 아이가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음식물찌꺼기를 보내면 안되겠느냐는 것입니다.(제가 심각하게 진지하게 생각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당당히 그렇다 하더군요)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면 꼭 같이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에 이 책을 1순위로 올려놓을까 합니다. 아이들이 나와 가족만의 좁은 울타리만으로 사고의 폭을 한정시켜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이 책을 꼭 읽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단지 현재 얼마나 기아민이 많은가에 관한 통계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 세계 기아국가의 배경과 국제 경제적, 정치적 배경까지 뒤엉킨 아주 복잡한 문제로 기아의 문제를 분석하고 있고 기아문제를 바라보는 신자유주의의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고 중학교 2,3학년이상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들이 있다면 꼭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고 많은 얘기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도적인 도움은 절대적인 중립, 보편성, 독립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통 받는 인간의 필요를 겨냥한 것이지 결코 한 국가의 필요에 따른것이어서는 안된다.(p180)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