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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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일어나는 힘쓰는 일, 위험한 일은 남자 몫이라지만, 그래서 군말없이 한다지만 딱 하나 하기 싫은 일은 칼갈기다. 
마트에 있는 웬만한 칼갈이는 다 써 봤지만 제대로 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칼가는 실력이 없어서란걸 인정한다. 하지만 실력없는 사람이 갈아도 잘 되는 제품이 진짜 좋은 제품이 아닐까.

궁여지책으로 한달에 한 번 꼴로 칼갈이 아저씨를 찾아가 개당 2000원씩을 주고 칼을 갈았었다. 억울하지만 그냥 계속 둔다면 날이 둔해져서 생선을 써는 것이 아니라 찢어서 어묵을 만들 판이라 어쩔수 없었다.

그러다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을 읽다가 내 불쌍한 칼날을 세워줄 구세주를 만났다. 일본의 칼제조업체 글로발이 만든 제품인데, 그의 글을 읽고 바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주문했다. 직접 보지 않곤 사질 않지만 윤선생의 추천이라면 믿고 산다. 그가 말한 생활명품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었는데, 신간에는 수십 개의 명품(?)이 라인업 되어있어 지갑이 곡소리할 일만 남았다.

여튼, 칼갈이가 왔다. 즉시 포장을 뜯어 갈아봤다. 엽전같은 쇳덩이 몇개 겹쳐놓은 기존의 칼갈이와는 전혀 다른 갈림소리 '서억~서억'
수십번의 왕래에 날이 섰다. 워낙 칼을 험히 다루는 탓에 날이 적잖이 깨어져 있던 터라 수십번을 더 벼려 제대로 날을 세웠다. 훌륭했다.

당장 저녁에 구워먹을 채소를 썰다가 손톱을 베었다. 날이 선 칼을 의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힘을 세게 쓴 탓이다. 글로발로 칼을 간 이후의 갈에 비하면 이전의 칼은 차라리 망치에 가까웠다.

칼날이 제대로 서니 요리할 맛이 나고 그래서 즐겁다. 이런 저런 흥을 테라피라 생각하니 25,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몇년 동안은 글로발 칼갈이를 사용할 때 마다 이기분을 계속 느낄테니 오히려 싸다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윤선생의 책을 읽고 배워 샀고, 또 이를 활용해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니 다산 선생이 그리 외치시던 실사구시를 실천한 셈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시길...그리고 윤광준의 생활명품도 읽어보시길. 아내에게 '가오'세우기, 그리 어렵지 않단걸 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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